털어도 털어도 쌓이는 부실채권…은행권 '팬데믹 특수' 끝났다

5대 은행 연체율 2019년 수준으로↑…건설업은 1%대로 치솟아

상·매각 대폭 늘려도 고정이하여신 비율 오히려 상승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고금리 장기화 속에 가계와 기업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은행권 자산 건전성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주요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은 부문별로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가계보다는 기업이, 기업 중에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대규모로 쌓인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산 건전성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털어도 털어도 쌓이는 부실채권…은행권 '팬데믹 특수' 끝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연체율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0.27%)는 물론 전 분기(0.29%)보다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과 4분기 말에 각 0.24%, 0.26%에서 올해 1분기 말 0.28%로 상승했다. 지난 2월 말에는 0.32%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업 부문은 상황이 더 나빴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30%에서 4분기 말 0.31%로 소폭 상승한 뒤 올해 1분기 말 0.35%로 뛰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각 0.34%, 0.37%, 0.41%로, 대기업은 각 0.03%, 0.05%, 0.07%로 연체율이 올랐다.

지난 2월 말 기준 중소기업은 0.55%, 대기업은 0.13%, 기업 전체로는 0.47%의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선에선 이른바 ‘팬데믹 특수’가 끝났다는 데 주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오른 연체율이 2019년 당시와 비슷해졌다”며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연체율이 낮아졌다가 다시 금리가 오르면서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저금리와 각종 금융지원 정책 효과가 끝나면서 자산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출 자산 건전성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사 실적 자료(팩트북)를 기초로 단순 평균 계산한 5대 은행의 2019년 1분기 말 기준 대출 연체율은 0.33%로 올해 1분기 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 일부 은행서 건설업 연체율 1% 돌파도

기업 부문에서는 건설업 연체율이 유독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건설업종 내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건설업 연체율은 0.78%로, 전년 동기(0.37%)의 2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건설업 연체율이 1%를 넘어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분기 말 0.28%에 그쳤던 건설업 연체율이 같은 해 4분기 말 0.75%, 올해 1분기 말 1.18%로 급등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0.28%에서 0.33%, 1.13%로 건설업 연체율이 솟구쳤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분기 말과 4분기 말 각 0.26%, 0.27%로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다가 올해 1분기 말 0.41%로 올랐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말 0.46%에서 4분기 말과 올해 1분기 말 각 0.39%로 오히려 낮아졌으나, 전체 기업 연체율(0.28%)보다는 월등히 높았다.

농협은행은 팩트북에서 업종별 연체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일부 건설사 등의 워크아웃을 중심으로 부실 채권이 증가하고 연체율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 농협은행은 업종별 연체율 비공개.

◇ 털어도 털어도 쌓이는 부실 채권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하고 있다.

5대 은행은 올해 1분기 중에만 1조6천79억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8천536억원보다 88.4%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22년 1분기(4천180억원)와 비교하면 상·매각이 불과 2년 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장부에서 아예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 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식으로 처리한다.

문제는 차주들의 연체가 급속히 늘면서 은행들의 공격적인 상·매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실 채권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8%로, 지난해 1분기 말의 0.27%보다 0.01%p 상승했다.

가계 부문은 0.17%에서 0.18%로, 기업 부문은 0.31%에서 0.33%로 나란히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확대됐다.

A 은행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난 2020년 1분기 말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전체 자산의 질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도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2021년 5월 이후 최고치”라며 “미국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체율이 일정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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