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대포를 기대했지만, 생각만큼 자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령탑은 믿음을 잃지 않았고, 그 결과는 중요한 순간 솔로포로 이어졌다.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의 이야기다.
2009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5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지명을 받은 데이비슨은 빅리그 통산 54홈런, 마이너리그 통산 226홈런을 쏘아올릴 정도로 타고난 장타력이 강점인 우투우타 내야 자원이다. 2017년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118경기에 출전해 26홈런을 기록,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으며, 2022년에는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 홈런 부문 공동 1위(32개)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2023시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동했던 데이비슨은 올해 초 계약금 14만 달러, 연봉 56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 총 100만 달러의 조건에 NC와 손을 잡았다. 당시 임선남 NC 단장은 “MLB, NPB를 통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장타 생산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면서 ”타선에서 팀의 중심이 돼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데이비슨은 26일 창원 롯데전에서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NC의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NC 제공
타고난 장타력이 강점인 NC 데이비슨. 사진=NC 제공
수장과 동료들의 신뢰도 컸다. 개막 전 강인권 NC 감독은 데이비슨의 장타력에 대해 창원NC파크 좌측 관중석 뒷편으로 보이는 대형마트까지 칠 것 같다는 농담을 던졌으며, 주축 외야수 박건우도 ”힘 자체가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 팀에 대한 마인드도 너무 멋지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였다.
문제는 기대했던 만큼 호쾌한 장타가 자주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3월 27일 창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솔로포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으나, 두 번째 아치는 7일 창원 SSG랜더스전(솔로포)에서야 나왔다. 이어 데이비슨은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3점포로 시즌 세 번째 홈런을 쏘아올렸으나, 기대했던 거포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26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 전까지 타율 0.292 14타점을 올렸지만, 2루타는 단 6개에 불과했다.
과연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최근 만났던 사령탑은 이에 대해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변화구 승부를 꼽았다. 강인권 감독은 “(타구) 발사각이 올라가야 하는데 아직 발사각이 안 올라가는 부분이 있다. (상대 투수들이) 워낙 변화구를 많이 던지다 보니 낮은 쪽에 스트라이크가 들어온다”며 “그것을 타격하다 보니 발사각이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믿음을 잃지는 않았다. 강인권 감독은 “적응하면 괜찮을 것이다. (데이비슨의) 타석 수가 좀 쌓이면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보여진다”고 선전을 바랐다.
26일 창원 롯데전 전까지 기대했던 장타를 많이 생산하지 못한 데이비슨. 사진=NC 제공
이 같은 사령탑의 발언을 들은 것일까. 데이비슨은 26일 창원 롯데전에서 타고난 장타력을 선보이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3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을 올리며 NC의 4-0 승리에 힘을 보탰다.
2회말 2루수 플라이로 돌아선 데이비슨의 방망이는 NC가 1-0으로 근소히 앞서던 4회말 매섭게 돌아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등장한 그는 상대 선발 투수 좌완 찰리 반즈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볼카운트 3B-2S에서는 6구 133km 체인지업을 힘껏 잡아당겨 좌측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으나, 공은 파울 폴대 밖 전광판으로 향했다.
데이비슨의 호쾌한 장타가 올 시즌 NC에게는 꼭 필요하다. 사진=NC 제공
26일 창원 롯데전이 데이비슨에게는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사진=NC 제공
‘파울 홈런 뒤엔 삼진’이라는 야구계의 오랜 속설이 떠오를 법한 상황. 하지만 데이비슨은 흔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반즈의 7구 134km 체인지업을 통타해 좌중월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대형 홈런을 작렬시켰다. 데이비슨의 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자 시즌 4호포가 나온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살짝 덜 떨어지긴 했으나, 가운데 낮게 형성된 체인지업을 공략해 나온 홈런이라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후 그는 6회말과 8회말 각각 삼진,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NC는 손아섭을 비롯해 박민우, 박건우 등 리그 최고의 교타자들을 보유했지만, 상대적으로 장타를 날려줄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현재 이 역할을 해줄 적임자는 데이비슨 뿐이다.
그리고 기대만큼 장타를 생산하지 못하던 데이비슨은 이날 타고난 장타력을 과시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과연 데이비슨이 앞으로도 많은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내며 NC의 선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데이비슨은 앞으로도 많은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낼 수 있을까. 사진=NC 제공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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