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붓다가 5시면 '칼퇴근'…"인건비가 공사비 급등 주범"

분양가 끌어올리는 건설임금

건설비 중 인건비가 27% 차지

文정부 최저임금 급등 여파

2019년 물가 0.4% 오를 때

건설현장 노임 13% 치솟아

주 52시간제로 근로시간 줄어

“예전업무량 70%도 소화 못해”

지난 26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비가 조금만 와도 안전을 위해 중단되는 작업이 늘면서 공사기간이 지연되고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인건비가 애초 계획보다 계속 늘기만 한다. 물가가 올라 그런 것이라고 애써 생각해보지만 숙련도가 낮은 이들에게 예전 숙련공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줘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A아파트 건설 현장 관계자)

“공사 현장에서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는 무조건 쉰다. 시공사 입장에선 공사를 하루 쉰 만큼 기회비용이 더 늘어난다. 지금 공사비 급증은 인건비 문제가 대부분이다.”(B건설사 임원)

최근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 급등 배경에는 건설 현장 인건비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재 값보다 인건비가 공사비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품목별 공사비 상승 기여도’를 보면 지난 1월 근로자 보수가 1.41%포인트로 가장 높다. 한때 공사비 상승을 부추겼던 레미콘(0.05%포인트)보다도 훨씬 높다.

건설 분야 인건비는 꾸준히 오르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2020년 사이에 치솟았다. 이후 상승률은 다소 둔화됐지만, 이미 분모가 커진 상태여서 예전 수준의 임금 상승률에도 금액 기준으로는 예전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28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 노임 단가’는 최근 10년 새 평균 2배 올랐다. 노임 단가는 근로자의 실수령 임금수준으로, 월 인건비를 평균 근무일수(22일)로 나눠 구한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단순 육체노동을 하는 미숙련공(보통인부)의 노임 단가는 평균 16만5545원이었다. 이에 비해 기능을 요구하는 인부의 노임은 20만원대 중후반을 훌쩍 넘는다.

용접공은 26만7021원으로 10년 전(12만9095원)보다 2.07배 올랐다. 한 달 근무일수를 22일로 계산하면 월 인건비는 284만원에서 587만원으로 뛰었다. 철근공은 같은 기간 12만8252원에서 26만137원으로 갑절 이상 올랐다.

특히 작업반장과 비계공, 철근공, 용접공 같은 핵심 4개 직군의 평균 노임 단가는 최저임금이 10.9% 올랐던 2019년 한 해 동안 13.5%나 뛰어올랐다. 그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4%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폭증’이다. 소비자 물가가 5.1% 급등한 2022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건설업 노임 단가는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2018년과 이듬해 최저임금이 2년 연속 10% 이상 급등해 건설 분야도 임금협상을 하는 데 홍역을 치렀다”며 “당시는 다 올려줘야 하는 분위기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임금은 급등한 반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건설 현장 근로 시간은 줄었다. 건설업체 현장 담당 임원은 “잡역 인부가 아닌 기능직은 인력 감소와 고령화로 현장에서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탓에 노임을 더 주고 서로 데려오는 게 관행이어서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A아파트 건설 현장소장은 “10년 전 한 인부의 업무량이 하루 100이라면 지금은 70도 채 안 된다”며 “중대재해 처벌과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근무 시간 차이도 복합적으로 인건비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인건비가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27% 안팎이다.

인건비가 급등하자 주택업계는 공장에서 사전 제조작업을 늘리고, 모듈러 주택과 건설로봇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B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인력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거푸집을 비롯한 몇 가지 작업은 공장에서 PC(프리캐스트) 공법으로 미리 만들어오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당시 공사 현장에서 감소했던 건설노조의 활동도 되살아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 노조단체가 와서 일을 맡기라고 압박하는 일이 한때 사라졌다가 다시 횡행하고 있다”며 “노조원 업무량은 비노조원의 절반밖에 안 돼 줄이고 싶지만 안 쓰면 현장 앞은 시위로 온통 시끄럽다”고 전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건설 현장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콘크리트 타설이 대표적이다. 콘크리트는 레미콘을 꾸준히 부어 중도에 일부분이 굳지 않도록 ‘연속 타설’하는 게 중요하다.

한 대형 시공사 관계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일하는 인부들 근로 시간을 고려하면 밤늦게까지 이뤄져야 할 연속 타설은 불가능하고 방수 처리 후 다음 날 다시 타설하는 방식으로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러한 타설로 콘크리트를 굳히면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주택 공급 부족과 시장 침체가 맞물리면서 향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산업 임금 체불액은 총 4363억원으로 2022년 2925억원보다 49.2%나 증가했다.

최근 회생절차를 밟는 중견 건설사들이 늘면서 올해 임금 체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찬동 선임기자 / 서진우 기자 / 한창호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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