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한 4월 14일 새벽 요르단 암만 상공에서 비행하는 물체들이 포착됐다./로이터 뉴스1
320기가 넘는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 탄도 미사일을 이란 본토에서 이스라엘로 날렸으나 99%가 요격되고 민간인 중상자가 7세 여아 1명에 불과한 지난 13일 오전(한국시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놓고 ‘실패’라는 말이 나온다.
이란 본토에서 발사된 320기 이상의 발사체 중에서 드론 170기와 크루즈미사일 30기는 이스라엘 영공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비행 도중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요르단 공군 전투기와 방공(防空) 시스템에 모두 격추됐다. 15일 미 중부사령부 발표에 따르면, 미군 단독으로만 80개의 드론을 격추했다.
또 이란이 발사한 120개의 탄도 미사일 중에서 절반은 발사 및 비행 과정에서 실패했다. 또 수십 기는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의 방공 시스템에 요격됐다. 미 국방부 관리는 “실제로 이스라엘의 네게브 사막 북부에 위치한 네바팀 공군기지에 4기가 떨어지는 등 모두 5기의 탄도 미사일만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었다”고 CBS 방송에 말했다.
◇ 1200㎞ 떨어진 곳에서 시속 185㎞의 드론 떼 쏘면
이란이 시속 185㎞인 샤헤드-136 드론 170기로 공격을 시작한 것은 한국시간 13일 오전5시33분이었다. 이스라엘 도달까지는 6시간 걸리고, 이스라엘과 우방국인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요르단에겐 대응할 시간이 충분했다. 또 이 드론 떼의 비행 경로는 중동 지역의 미군뿐 아니라, 이란에 적대적이고 ‘아브라함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아랍국가들의 정보 제공에 따라 이스라엘과 우방국들 사이에 공유됐다.
14일 밤(현지시간) 이란이 300기가 넘는 미사일과 드론을 이스라엘로 직접 발사하자,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이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어 한 시간쯤 뒤에, 크루즈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 중에서 실제로 이스라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속도를 갖춘 것은 탄도 미사일뿐이었다. 이란이 쏜 파베(Paveh)-351 크루즈 미사일이 이스라엘에 도착하기까지는 2시간 걸린다. 음속(音速)의 수 배인 탄도 미사일의 경우 약 15분이 소요된다.
실제로 탄도 미사일 중 4기는 이스라엘이 도입한 최신예 스텔스기 F-35가 배치된 네게브 사막 북부의 네바팀 공군기지에 떨어져, 이번 공격의 주요 타깃 중 하나가 이 곳임을 방증했다.
◇’기습 요소’를 제거한 ‘전면 공격’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혁명수비대 지역 사령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을 살해한 것은 4월1일이었다. 이후 이란은 열흘 넘게 보복을 천명했다.
게다가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부 장관은 이번 공격을 앞두고 72시간 전에 주변 아랍국들,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 등에 사전 통보를 했다.
이란으로선 보복 공격이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기습 공격’이 되지 않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미국의 전(前) 중부사령관이었던 조지프 L 보텔은 뉴욕타임스에 “이란은 자신들의 공격이 지나치게 효과적일 경우 이후 벌어질 상황을 매우 우려했던 것 같다. 자신들의 뭘 할 것인지를 미리 알려준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4월 14일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이란 미사일 공격 피해사진. 이스라엘 헤르몬 지역으로 지목된 곳에서 이란의 대규모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된 도로./ 로이터 뉴스1
이란이 공격의 주효성만 노렸다면,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등 이스라엘에 보다 가까운 곳에서 더 신속한 공격무기를 동원해 동시 다발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99% 요격된’ 공격 결과만 보고서, “짖기만 했고, 물지 못했다”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이 보다는, 이란이 이번 공격을 통해 자신이 ‘종이 호랑이’가 아니라 중동의 무력 대국임을 과시하면서도, 동시에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나름대로 조율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란 국민 사이에선 가뜩이나 국제사회의 제재로 엉망인 경제 상황에서 나라를 전쟁으로 끌고 간다는 불만과 위기 의식이 가득하다. CNN 방송은 이번 공격을 놓고, “실패하도록 고안됐다”고 평했다.
이란은 대규모 공격을 기획하면서 이스라엘의 강력한 대공망을 고려했을 뿐 아니라, 역설적으로는 이에 ‘의존’한 것이다. 그 결과는 “이스라엘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 보복의 장관(壯觀)은 극대화”(NYT)였다.
2020년 1월 미국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의 최정예 이슬람혁명수비대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란은 이라크의 미군 기지들에 대한 대규모 탄도 미사일 보복 공격을 하기 10시간 전에 ‘경고’했다. 결국 미사일이 미군 기지 곳곳에 떨어졌지만, 미군 전사자는 없었다. 이란의 목적은 ‘무력 시위’였고,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대응하지 않았다. 두 나라간 갈등은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란이 얻은 것은
이란은 수십 년간 지역 대리인들을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그림자 전쟁’에서 벗어나,그 동안 중동에서 ‘재앙 시나리오’로 간주되던 이스라엘 직접 타격을 현실화하는 목표를 이뤘다. 그리고 공격 후 4시간 동안, 전세계는 이라크와 요르단, 이스라엘 상공에서 이란의 불덩이가 터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란은 또 이스라엘이 이번 1회성 공격을 막아내는데 우리 돈으로 1조5000억원~1조8000억원(40억~50억 셰켈)을 쓰도록 했다. 반면에, 이란이 이번에 공격하는 데 든 돈은 이 비용의 10분의1도 안 된다. 예를 들어, 이란은 1기에 1억4000만원 정도 하는 탄도 미사일을 120기 발사했다. 이란은 이런 탄도 미사일을 3000기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또 이번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과 우방국들의 정보 공유 능력과 방어 태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란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이스라엘과의 향후 교전 룰을 다시 썼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번 공격은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영국의 씽크탱크 채텀 하우스는 분석했다.
다만, 이란도 이번 공격을 통해 “적이 실수할 때에는 방해하지 말라”는 나폴레옹의 격언을 어겼다. 가자 침공 이후 3만30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해 미국과 유럽 우방국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 위기에 몰렸던 이스라엘은 이란의 직접 공격 이후 ‘피해자’ 신분으로 바뀌면서 서방의 즉각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후의 사태 전개는 예측 불허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에 대해 또 다시 ‘보복’에 나설지, 아니면 서방의 강력한 ‘자제’ 촉구에 응할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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