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회 휴진 예고…서울대·세브란스 30일, 서울아산·서울성모 3일 휴진
의료계 ‘원점 재검토’ 요구에 정부 “물리적으로 불가”
경찰, 의협 차기 회장 압수수색…정부·의료계 대립 심화
누군가에겐 간절한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1주차에 접어들면서 병원에 남은 의대 교수들이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정리되는 대로 사직하겠다며 당장 주 1회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대입 전형 일정상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의료공백 사태도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정갈등, 출구는 어디에
◇ 의대 교수들 주1회 휴진…"의대 증원 발표 시 휴진 기간 재논의"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병원 교수들은 이달 마지막 주부터 주 1회 휴진 등을 통해 진료와 수술 일정을 추가로 줄인다.
20여개 의대 교수가 속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6일 총회 후 ▲ 외래 진료와 수술, 검사 일정 조정 ▲ 당직 후 24시간 휴식 보장을 위한 주 1회 휴진 ▲ 경증 환자 회송을 통한 교수 1인당 적정 환자 유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의비는 “정부는 여전히 근거 없는 의대 증원을 고집하며 전공의의 복귀를 막고 있다”며 “교수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할 경우 휴진 참여 여부와 휴진 기간에 대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은 당장 다음 주에 쉰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오는 30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5월 3일을 휴진일로 잡았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하루를 골라 쉬기로 했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환자 예약이 6월까지 차 있어서 그때까지만 진료를 보고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 신규환자 예약을 받지 않는 등 진료를 줄이고 있다”며 “시간은 지나가는데 변하는 게 없으니 교수들이 힘이 빠져있다”고 푸념했다.
빅5 병원 외에도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이미 이달 5일부터 금요일마다 개별적으로 쉬고 있다. 충남대병원과 원광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26일부터 매주 금요일에 쉬기로 했다.
고려대 의대 소속 교수들은 오는 30일부터 주 1회 휴진을 시작하기로 했다.
고려대 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현 상황이 학생과 전공의가 피해 없이 복귀할 수 있는 최종 시점인 5월 말까지 지속된다면 고려대 의료원 교수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진료 형태를 변경할 예정”이라며 진료 축소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건양대병원과 계명대 의대 부속병원 교수들은 일단 다음 달 3일에 하루 쉬기로 했다. 강릉아산병원 교수들은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한다.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결과 브리핑
◇ 정부 “내년 의대 정원 논의 불가…의료개혁 완수”
의대 교수들이 휴진을 예고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의료개혁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겠다면서도, 최대 쟁점인 의대 정원 문제는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지난 26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개혁의 문제를 미래세대에 전가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자세로 개혁은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통제관은 “(특위에서) 4대 과제를 속도감 있게 논의해 상반기 내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특위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지 여부는 향후 결정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도 지난 25일 첫 회의 후 “특위는 의료체계와 제도 개혁을 조금 더 큰 틀에서 논의하는 기구”라며 “의료인력 수급 조정 기전(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의대 정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구는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전 통제관은 또 의대 교수들이 요구하는 ‘의대 증원 백지화’는 대학입시 일정상 불가능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4월 말이면 2025학년도 입학정원은 거의 확정될 것”이라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의료계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통일된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 예고에 대해서는 “집단행동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입장 밝히는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
◇ 경찰, 의협 차기 회장 압수수색…의협 “교수 협박 시 책임 물을 것”
의협은 정부가 사직과 휴직을 이유로 의대 교수에게 불이익을 끼칠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5월 1일에 임기를 시작하는 의협 차기 집행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교수들은 제자를 보호하고 의료체계를 지키기 위해 환자 곁을 지키며 정부에 태도 변화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독선과 아집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수들은 지속적인 과다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며 “졸속 행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혼란을 유발한 주체는 정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교수님들께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다시 입에 담을 경우 발언자와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그로 인한 결과는 전적으로 협박 당사자와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전공의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지난 26일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보건복지부는 임 당선인 등 의협 전현직 간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며 이들을 의료법 등 위반 혐의로 지난 2월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임 당선인은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고 매우 치졸한 행위”라며 “임기 시작을 며칠 앞둔 당선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은 분명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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