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들 ‘치료권’ 잃었다…“치료 대신 호스피스병동 입원 제안”

중증환자들 ‘치료권’ 잃었다…“치료 대신 호스피스병동 입원 제안”

보건의료노조와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22일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전공의 집단 이탈로 촉발된 의료공백이 두 달이 넘어가면서 말기 암 환자 등 중증질환자들의 고통이 쌓여간다. 환자들은 치료 대신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제안받는 등 치료받을 권리를 잃었다고 하소연한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22일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달간의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서 어렵게 적응하며 치료받고 있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의 투병 의지가 꺾이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중증질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소개됐다. 최희승 중증질환연합회 간사는 “과거 4기 이상 암 환자는 최후의 항암 후에도 내성이 생길지라도 대학병원에서 바로 호스피스 병동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치료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다른 치료방법을 제안받는 것이 관례였다”며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의료현장은 더 이상 치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 장기화로 한 대학병원은 항암 중 뼈로 암세포가 전이된 환자에게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고 더 이상 내원하지 말라고 했다. 이 환자는 인근 2차 병원을 안내받았으나 해당 병원도 환자가 포화상태여서 더 이상 진료를 받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최 간사는 “이런 환자들은 ‘이제 정말 치료할 것이 없구나’라고 생각해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의료공백으로 발생한 환자의 치료권이 왜곡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 1시간의 여명일지라도 누가 이들의 삶의 시간을 정할 수 있는 건지 우리 환자들은 혼란스럽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신음하고 있는 말기 암 환자에게 간단한 시술로 통증을 줄여 줄 수 있는 의료현장은 언제 돌아오는 건지, 의료계의 조건과 정부의 협상안은 너무 멀고 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단체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고집하고 있는 데 대해선 “싸늘한 의료계 소식을 접한 환자들은 잠시 기대했던 희망도, 치료에 대한 꿈도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대상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내년도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 안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비롯해 7대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는 중증환자의 고통과 희생에 대해 어떤 배려나 양해도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2개월의 긴 시간 속에 버텨온 환자들에게 또 다시 의료공백의 시간을 더 기다리라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환자들의 고통과 답답함으로 인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이미 한계를 벗어난 상황인데 정부와 의료계는 아직도 상대방에게 협상안을 요구한다. 이런 느긋한 모습에 분노마저 느낀다”며 “아직도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분들이 있다. 의료현장을 떠나지 말고 환자들의 손을 꼭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향해선 “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타협이든 양보든 이 사태를 하루빨리 끝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더 이상 환자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꼼수 집단 사직 등으로 인해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의료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점검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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