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라톤 선수, ‘우승 양보’ 받았나…“돈 주고 선수 초청”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목표 지점을 1분 정도 앞두고, 에티오피아 선수가 중국 선수 허제(왼쪽)를 바라보며 방향을 가리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웨이보 갈무리

중국 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선수의 우승을 위해 다른 나라 선수들이 고의로 속도를 늦추는 듯한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매체와 누리꾼들은 대회 공정성을 의심하며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16일 관영 글로벌타임스 보도를 보면,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마라톤 선수이자 중국 마라톤 최고 기록 보유자 허제가 1시간3분4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를 이어 1초 뒤 3명의 에티오피아 선수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결승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허제에 앞서 뛰던 에티오피아 선수 3명이 허제에게 손짓해 길을 안내하고, 일부러 뒤처지는 듯한 모습의 영상이 소셜미디어서비스 웨이보 등에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러 누리꾼들이 현장에서 직접 찍은, 석연찮은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리고 있고, 중국 선수로 미리 우승자가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웨이보에서 해당 주제의 글은 3천만회 가까이 검색됐고, 8천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부끄러운 승리다”, “조사가 필요하다”, “스포츠 정신을 모독했다”는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대회 주최사 중 하나인 중국 스포츠용품 업체 엑스텝은 전날 “조사가 진행 중이며, 빨리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마라톤 선수 양펑은 “최근 10~20년 동안 중국 각 도시별 마라톤 대회가 많이 생겼다”며 “중국 선수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최사가 돈을 주고 특정 선수를 초청해 결국 중국 선수가 우승하도록 한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에 말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만 중국 전역에서 40여개의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허제는 지난 3월 우시 대회에서 2시간 6분57초로 우승해 중국 남자 마라톤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당시 대회에서 허제는 4위를 차지했고, 에티오피아 선수가 우승했다. 허제는 중국의 스포츠 용품회사 엑스텝과 계약했고, 이번 베이징 하프마라톤대회도 엑스텝이 주최사 중 하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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