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때 가져간 '오색팔중'이라더니…"근거 자료 없어" 울산동백 지위박탈

울산시청 마당에 있는 울산동백. 현재는 울산동백 이란 이름표를 치운 상태다. 중앙포토 사진 울산시

울산시청 마당에 있는 울산동백. 현재는 울산동백 이란 이름표를 치운 상태다. 중앙포토 사진 울산시

울산시가 시청 앞마당에 심은 수령 41살 오색팔중(五色八重) 동백나무의 이름표(울산동백)를 떼고, 안내판을 뽑았다. 1590년대 일본 장수가 아름다움에 반해 울산에 있던 동백나무를 일본으로 가져갔고, 이후 40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와 시청 마당에 심어졌다는 울산동백 기원설이 명확한 역사적 사료나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다. 

 

오색팔중 동백은 흰색·붉은색·연분홍색·진홍색·분홍색 등 다섯가지 색깔의 꽃이 피어 ‘오색’이고 꽃잎이 여덟 겹이어서 ‘팔중’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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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동백 기원설 근거 없어”

  울산시 측은 24일 “동백나무 유래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울산역사연구소에 유래에 관한 검증을 맡겨 최근 보고서를 받았는데, 해당 기원설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지난 18일 동백나무 앞에 붙는 ‘울산동백’이라는 이름표와 안내판 등 기존 흔적을 치웠다. 또 지자체와 민간단체에 ‘울산동백’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울산시가 발표한 울산동백 관련 의견. 자료 울산시

울산시가 발표한 울산동백 관련 의견. 자료 울산시

지자체도 울산동백 지우기에 나섰다. 울산 중구는 ‘울산동백’의 구화(區花) 지위를 박탈했다. 중구 관계자는 “7년 전 벚꽃에서 오색팔중 동백을 구 상징 꽃으로 정해 쓰고 있었는데, 이번 기원설 고증 결과를 보고 다른 꽃으로 구화를 대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구청 인근 공원에 심은 동백나무 앞에 붙여놓은 ‘울산동백’이란 이름표를 뗐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진위논란 

  울산동백 진위 논란은 지난해 상반기에 불거졌다. 지역 식물학자 등의 언론 기고, 문화해설사 제보, 시민 입소문 등을 통해서다. 사단법인 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정우규 박사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울산시가) 동백나무에 대해 제대로 고증하지 않고 홍보에만 신경 쓰다 보니 엉터리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일대사관 문화교육 담당 영사와 전 주일 교육관 등의 협조를 받아 조사했지만, 울산시청 앞마당에 심은 동백나무와 일본의 오색팔중산춘은 나무 형태, 잎 모양, 꽃피는 시기 등이 모두 달라 같은 나무로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청 마당에 있는 오색팔중, 울산동백으로도 불린다. 중앙포토 사진 울산시

울산시청 마당에 있는 오색팔중, 울산동백으로도 불린다. 중앙포토 사진 울산시

한 문화해설사 역시 비슷한 시기 울산지역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교토 역사자료관에 ‘울산동백설화 근거나 사료(史料)가 있는지’를 물었는데 교토 측이 서면답변서에 “근거가 되는 사료나 자료집 등은 공식 발간한 적 없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당시 공개한 교토 역사자료관 답변서엔 “오래된 기록물에선 동백의 유래에 대한 자료가 없고, 20세기 이후 간행물에선 언급된 것이 있었다”라고도 쓰여있다. 

 

 

가토 기요마사가 발견했다더니…

  그동안 울산동백은 임진왜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울산학성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전해졌다. 이 동백을 일본으로 가져가 군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바쳤고, 히데요시는 자신과 인연이 있던 교토의 사찰(지장원·地蔵院)에 동백나무를 기증했다고 알려졌다. 1989년 한국예총 울산지부 관계자가 지장원에서 동백나무를 발견, 지역단체와 불교계 등이 반환 운동을 펼쳤다. 처음엔 거부하던 일본 측도 결국 반환에 동의했다. 1992년 5월 한 그루가 한국으로 들어왔고, 그 나무가 울산시청 앞마당에 심었다.

김윤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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