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없어요”…AI때문에 피눈물 흘리는 건 ‘이 사람들’이었다

I IT 직군 채용 감소

I 평균 급여 감소세

I “채용 필요성 떨어져”

[TV리포트=한하율 기자]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AI 전문 인재 영입에 대한 경쟁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AI 전문 직종을 제외한 IT(정보기술) 직군의 채용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주목된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업들이 AI 전문가 채용을 늘리며 해당 인재에 대해 급여에 프리미엄 비용을 붙여 제공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메릴랜드대학교의 AI 일자리 연구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AI 분야의 신규 일자리는 지난 2022년 말에 비해 42%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직종이 2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시장 흐름에 반해 IT 업종 전체의 신규 일자리는 동기간 31%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이는 지난 2022년 말 오픈 AI가 챗 GPT를 내놓으면서 시작된 결과로 추측된다. 챗 GPT의 출시 이후 AI 광풍이 불면서 기업들의 AI 전문 인재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AI 일자리 연구를 진행한 메릴랜드대 로버트 스미스 경영학과 교수는 “머신러닝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AI 관련 직업은 챗GPT 출시 전부터 있었지만, 챗GPT가 AI 기술에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함으로써 시장이 제품과 작업 과정에 AI를 내장할 방법에 눈을 떴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구인·구직 플랫폼인 인디드에서도 AI 관련 직업 채용공고가 최근 6개월 동안 15.7% 증가한 것에 비해 데이터 분석가 및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채용 공고는 약 30% 감소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외국에서만 국한된 문제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에서도 대기업들의 AI 인재 수요가 늘어나며 다른 IT 직군의 수요가 줄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서울 소재 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한 학생의 경우 “개발자 수요가 확 늘었던 시기가 지나간 것도 있지만 개발 직군 채용 자체가 확실히 줄었다. 신입 채용을 활발하게 하던 기업들도 경력직만 뽑거나 아예 뽑지 않은 것이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AI가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은 아직 아니지만 이미 외국은 AI로 인한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히며 IT 직군이 겪을 미래에 관해 설명했다.

지난 15일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열풍이 불면서 AI 직군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가 수준이 높지 않은 개발자의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추측에서였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대비 2023년 직무별 공고 증감 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IT 개발·데이터 직무 수요는 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IT 개발·데이터 직무는 지난해 ‘채용시장 공급과 수요 현황 조사’ 당시 41.8%의 비율로 가장 인력이 부족한 직무로 꼽혔으나 불과 1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한때 IT 직군을 가장 많이 뽑았다고 알려진 카카오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20년 상·하반기로 나눠 세 자릿수 규모 공채를 진행한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 두 자릿수의 채용 연계형 인턴십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직군의 인력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지난 2021년 6개 계열사에 340명 1,000명으로 인력을 확장했으나 지난해 개발자 공채 프로그램을 50여 명 규모로 대폭 축소하는 등의 경영을 선보였다.

이어 네이버는 현재 IT 직군 채용 중이나 예상 채용 인원을 별도로 고지하지 않으며 채용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코로나19 이후로 IT 업황 자체가 둔화한 데다가 AI가 이미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규모 인재를 채용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IT 직군 종사자들이 업계 불황과 인력 포화 상태가 덮쳐 신입보단 경력자를 뽑는 것이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IT 직군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 알려지며 IT 업계로 이직을 많이 한 탓으로 보인다. 이런 포화 상태에 경력자들은 스스로 연봉이나 연차를 깎으며 취업에 성공하는 등의 상황에 놓였다.

기존 정보통신 사업을 주력으로 삼던 대기업들의 경우 AI 사업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며 몇 달간 감원을 진행하고 새로운 AI 인재를 영입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다.

한편, 기업들의 IT 수요가 완전히 줄어든 것은 아니다. 최근 은행권과 보험 업계의 경우 IT 직군 인재 영입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기존 고객들이 감소하면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소수점 주식 거래, 핀테크, 투자, 의료건강 등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며 바뀐 흐름을 의식한 결과로 추측된다.

시중 은행권의 경우 IT 인재 수요가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은행권에서 지속해서 발생하는 횡령·배임 등을 막기 위한 내부 통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하율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뉴스 1, 셔터스톡,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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