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달 1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2024.03.13. [email protected]
내년에 정원이 늘어나는 의과대학들이 교육여건 개선 수요조사서 제출일을 하루 앞두고 막판까지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촉박한 기한 탓에 일부 대학 중에서는 수요조사서를 ‘빈칸’으로 제출하는 대학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 5일 내년에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 32곳에 교육여건 개선 수요조사서를 마감기한(8일) 내 제출하라는 공문을 재차 발송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이들 대학에 공문을 보내 교육여건 현황과 더불어 2025학년도~2030학년도까지의 소요계획을 오는 8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의학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대학별 지원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취지다.
상당수 대학들은 수요조사서를 제출해야 하는 마지막 날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6년치 계획을 세우기에는 상대적으로 기한이 촉박하고 증원을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의 한 의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의과대학 교수님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과정”이라며 “월요일(8일) 제출이기 때문에 주말까지 회의를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시설들을 리모델링해서 쓸지, 증축할지, 건물을 새로 지을지에 대한 고민부터 해서 고려할 게 많다”며 “주먹구구식으로 냈다가 판단을 잘못 하면 큰 미스(잘못)가 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수요조사서에 개선소요 항목을 ‘빈칸’으로 제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대학도 있다.
한 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당장 1년 후의 계획도 잡히지 않았는데 교육부가 2030년까지의 계획을 10일 만에 써내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적어도 몇 달을 고민하고, 회의를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현 상황’만 적었고 나머지는 전부 빈칸으로 적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게시된 포스터 모습. 2024.03.25. [email protected]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가 이번 조사에서 요구하는 것의 핵심은 증원 이후에도 기존의 교육환경을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대학에서 학생 1인당 사용하는 강의실 면적이 10제곱미터라고 가정하면, 증원 이후에도 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연도별로 늘려야 하는 공간 면적을 대학에서 조사해서 적어야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공사비 금액과 향후 대학의 투자 계획도 함께 적어내라고 했다. 실험·실습 기자재 1개당 사용 인원과 향후 추가 계획을 비롯해 대학에서 보유한 전임교원, 임상교원, 기초의학 교수 숫자와 2030학년도까지 추가로 보충해야 하는 인원도 교육부는 요청했다.
조사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지만, 굵직한 방향을 정해놓은 대학들도 있다.
의대 입학정원이 76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나는 경상국립대는 증원폭에 맞춰 전임교원 수도 향후 250명 안팎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약 150명~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캠퍼스도 창원에 짓기로 했다.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 학생들이 수련을 받으러 창원 소재 대학병원에 오가야 하는 점을 고려한 구상이라고 경상국립대 측은 설명했다.
49명에서 132명으로 정원이 2.7배 늘어나는 강원대는 의과대학 실습·강의실을 모아놓은 ‘의학 사무관’을 2029년까지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완공 전까지 증원된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한 만큼 학내에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강의실을 개조하는 식으로 학생들의 실습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 드는 공사비와 실습 기자재 1등을 이번 수요조사서에 함께 제출한다.
이번 조사의 취지는 대학에서 교육환경 확충에 필요한 사항을 정부가 살펴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지만, 단순 재정 투입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 본과 3~4학년생들의 대학병원 실습과 교수 채용에 관한 문제다.
입학정원이 많아지면 5~6년 뒤 실습 인원도 늘어나게 돼 대학병원을 증축하거나 실습할 병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교수 채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립대의 경우 정부가 내년에 기금교수를 전임교수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1000명을 순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립대는 직접 교수를 채용해야 한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요즘은 의사 자격증을 가진 분들이 개원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교수를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교수 채용, 사람에 관한 부분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해결이 될 문제일까 싶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에 취합된 대학별 수요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대 증원에 따라 변경된 대학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도 다음 달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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