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의료개혁특위, 의협·대전협 공석에도 예정대로 첫 회의 교수들도 진료 줄이고 계획대로 떠날 채비…’주1회 셧다운’도
의대정원 증원을 놓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대병원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환자들에게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 2024.4.2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의료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키로 한 대통령 직속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의 첫 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와 정부-의료계의 1대1 대화를 요구하며 특위 구성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가 불참할 경우 반쪽짜리 특위라는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되는 25일부터 본격적인 사직을 예고하면서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다음날인 25일 정부는 △민간위원장 △6개 부처 정부위원 △20명의 민간위원등 27명으로 구성된 의료개혁 특위의 첫 회의를 열고 의대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내일 특위에서 의료계, 환자단체, 시민단체, 전문가 등 각 계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4대 과제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은 붕괴되고 있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말부터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 단체, 소비자단체,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 위원 추천을 받아왔다.
추천 공문은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뿐만 아니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과 각 의과대학 학장들에게도 전달됐다. 하지만 각 의과대학 학장 일부만 위원을 추천하고 의협, 대전협, 전의교협은 추천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상윤 사회수석도 전날 기자들에게 “정부는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협,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단체에 의료계-정부로만 구성된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 주장하며 1:1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협과 대전협이 추천하지 않아 비어있는 두 자리를 제외하고 25명의 특위 구성원과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사태의 핵심인 의료계가 빠진 ‘반쪽 특위’로 의료 정책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레드서울에서 열린 루자인 알 코드마니 세계의사회장(WMA)과 면담하고 있다. 2024.4.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문제는 정부가 원점 재검토 등 의료계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료계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점이다.
특히 다음달 1일 취임이 예정된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의 의지는 더욱 확고하다.
임 당선인은 원점 재검토, 정부-의료계 간 1대1 대화와 더불어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의 파면까지 대화의 전제로 요구하며 초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 현장을 지켜오던 의대 교수들도 초강수를 두고 있긴 마찬가지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동 사직 효력이 생기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수들은 진료 스케줄을 조정하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전국 20개 의과대학 교수가 속해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오후에 열린 총회에서 “예정대로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 사직이 시작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의비는 “교수들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가 도달했다며 다음주 하루 휴진하기로 했다”며 “날짜는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서를 제출한 지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30일에는 응급, 중증, 입원 환자를 제외한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도 다음달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고 자녀를 둔 의료진은 육아휴직도 신청한다. 계명대 의대교수들과 원광대병원도 ‘주 1회 셧다운’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교수들의 이 같은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며 여전히 “대화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이날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주 1회 휴진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일부 교수들이 예정대로 사직을 진행한다고 표명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의대 교수들께서 정부의 진의를 받아들이고 집단행동이 아닌 대화의 자리로 나와주실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사직서 제출과 효력에 대해서는 “절차와 형식과 내용을 갖추어 정당하게 제출된 것이 많지 않다”며 “수리할 계획도 없고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직을 한다는 게 무른 뜻인지 모르겠다. ‘나는 사표냈으니까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고 할 무책임한 교수도 많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외과 교수는 “의사들은 전공의 수련 제도의 큰 의미를 알고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고 이제 곧 무너진다고 고함을 치지만 전공의 수련 제도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애착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며 “교육시설 부족, 유급으로 인한 대혼란은 정부에게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닌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여전히 의사 대표가 참여하지 않는 의료 협의체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면서 암환자들 죽어나가는데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되뇌며 증원 확정될 때까지 시간을 질질 끌고 있다”며 “교수들이 떠나면 남은 교수들도 쓰러지고 응급 및 중증 의료 현장은 무너질 거다. 완전한 의료붕괴 후 새로 쌓아가는 참 의료개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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