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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광업 기업인 ‘우라늄 에너지’는 8월부터 와이오밍주(州) 광산 두 곳에서 원자력 발전의 연료인 우라늄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생산과 투자가 줄면서 2018년부터 사실상 폐광으로 방치된 지 6년 만이다. 근데 최근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과 가동이 늘고, 우라늄 가격이 올라 광산 문을 다시 열기로 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랫동안 애물단지 취급받던 우라늄 광산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원전 국가를 중심으로 우라늄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닫힌 광산 문을 다시 열고, 해외 우라늄 광산을 사들이고, 국가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식이다.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전기차 확산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전이 주목받으며 우라늄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원전 연료인 농축 우라늄 상당 부문을 공급해 온 러시아의 전쟁으로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하고, 20기 넘는 원전을 건설 중인 중국이 우라늄 사재기에 나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우라늄은 원자핵이 붕괴하거나 핵반응을 일으킬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연료다. ‘우라늄-235′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우라늄의 동위 원소 중 유일하게 핵분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원전에선 천연 우라늄에 ‘우라늄-235′의 비율을 높인 ‘농축 우라늄’을 써 핵분열을 유도한다.
그래픽=김성규
◇애물단지 우라늄 광산의 화려한 부활
28일 외신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최근 우라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에선 에너지 기업 최소 5곳이 애리조나, 유타 등에서 닫았던 우라늄 광산을 다시 열 계획이다. 미국의 ‘에너지 퓨얼스’는 작년 말 애리조나·콜로라도에서 우라늄 생산 재개 계획을 밝혔고, ‘엔코어 에너지’는 지난해 말부터 텍사스주 공장 2곳에서 우라늄 생산을 재개했다. 우라늄 매장량이 많은 호주와 캐나다도 자국 내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 원전 23기를 건설 중이고, 40여 기를 더 짓겠다고 밝힌 중국은 우라늄 광산 인수 등 공격적으로 우라늄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국영우라늄공사(CNUC)는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되는 우라늄의 약 60%를 가져올 권리를 확보했고, 중국광핵그룹(CGN)은 아프리카 니제르와 나미비아에서 광산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과 영국·프랑스·일본 4국이 42억달러를 투자해 우라늄 가공 시설을 공동 건설하기로 했다.
우라늄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배경엔 세계적인 ‘원전 건설 붐’에 따른 우라늄 수요 증가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건설 중인 원전은 총 57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415기)의 13.7%에 달한다.
수요 증가로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 우라늄 가격은 1파운드(lb) 당 105.8달러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이달에도 1파운드당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는 에너지 안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원전에는 자연 상태의 우라늄을 가공한 ‘농축 우라늄’이 필요한데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설비 가운데 절반(용량 기준)이 러시아에 있다. 러시아 국영 기업 로사톰은 세계에서 유통되는 핵연료의 17%를 공급 중이다. 이 때문에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우라늄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미 하원이 최근 러시아산 저농축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생겨나다 보니 공급망 다변화와 자체 생산을 통한 우라늄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우라늄 품귀 현상 우려… “공급망 다변화 노력 필요”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한 우리나라도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6일 우라늄을 공급하는 유럽 다국적기업 류렌코에서 10년간 농축 우라늄을 조달받기로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말에는 프랑스 오리노와 연료 공급 계약을 연장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은 3년 치 우라늄 비축량이 있으며 추가로 3년 치 계약분이 있다”며 “공급 계약 기간이 2035년까지인 물량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앞으로도 우라늄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 ‘품귀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핵연료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천연 우라늄이 발전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용은 킬로와트시당 1~2원으로, 우라늄 가격 자체가 전기료 생산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돈이 있어도 우라늄을 사 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가 커진다”며 “러시아 이외 해외 광산이나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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