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앳부동산] 1기 신도시 재건축,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투기와 투자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집값이 오르긴 오른 걸까. 우리가 살게될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통계로 점철된 부동산 기사의 행간을 읽어내고 판단을 내리려면 나만의 질문과 관점이 필요합니다. 경향신문만의 질문과 관점으로 부동산의 모든 것을 짚어드리는 ‘올앳부동산’은 경향신문 칸업(KHANUP) 콘텐츠입니다. 더 많은 내용을 읽고 싶으면 로그인 해주세요!

[올앳부동산] 1기 신도시 재건축,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인근 3개단지와 함께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시범한양아파트 전경. 심윤지 기자

“저희는 다른 단지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존 도시정비법으로는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요. 무조건 ‘통합재건축’으로 진행해 선도지구로 당선되겠다는 주민들 의지가 큽니다.”

이재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2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제 통합재건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규모를 키우기 위해 여러 이웃 단지와 손을 잡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같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혜택을 통합 재건축 단지에게만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구역 내 다른 단지가 없는 경우에만 개별 재건축도 특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통합재건축은 이점이 많지만 난이도가 높은 과제다. 덩치를 키우면 키울수록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사업성은 좋아지지만, 그만큼 이해관계가 다양해지기 때문에 갈등이나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통합 재건축의 실현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이유다.

대세가 된 ‘통합 재건축’… 진행상황은

분당에서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구성된 단지는 28일 기준 최소 8곳이다. 양지마을의 경우 2022년 말부터 6개 단지를 합쳐 통합 재건축을 추진중이다. 정선화 양지마을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 사무국장은 “일부 단지가 지번을 공유하고 있어 애초부터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입주가 가장 빨랐던 시범단지도 한신·한양·우성·현대 등 총 4개 아파트를 합쳐 약 7000가구 규모의 통합재건축준비위를 꾸렸다. 5개 단지(임광·서광·계룡·화인·한라)가 모인 정자일로도 작은 단지 규모와 낮은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해 초기부터 통합재건축으로 방향을 잡은 사례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밝힌 선도지구 선정 기준은 주민 참여율(동의율), 노후도 및 주민 불편, 도시기능 향상, 주변지역 확산 가능성 등 총 4개다. 이중 배점이 가장 높은 것은 동의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동의율이 비슷할 경우 통합 재건축 규모가 큰 곳에 점수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기존에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덩치를 더 키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까치마을 1·2단지는 2022년 말부터 통합 재건축을 논의했으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말부터 차도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는 주공5단지까지 합쳐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혜문 까치1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선도지구 지정에 유리하다는 총괄기획자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특별법의 혜택을 받는 특별정비구역 중 주거단지는 25m 이상 도로로 구획된 블록 단위로 통합 정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른 1기 신도시에서도 통합 재건축 움직임은 거세다. 고양시 일산 강촌1·2, 백마1·2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말 1기 신도시 최초로 통합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일산 서구 문촌마을 1·2단지와 후곡마을 7·8단지(오마학군단지)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도 최근 주민 설명회를 진행했다.

[올앳부동산] 1기 신도시 재건축,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 단지 내에 붙어있는 통합재건축 동의율 접수 독려 플래카드. 심윤지 기자

정부도 조합도 좋은 통합 재건축?… 단점은

정부가 통합 재건축을 전면에 내건 이유는 우선 ‘속도’에 있다. 개별 재건축으로는 주택 총수가 29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재정비가 기약없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 재건축이 학교 등 기반시설을 배치하기도 용이하고, 블록별로 정비시기를 조정할수 있어 ‘이주대란’ 우려도 적은 편이다. 조합에게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통합재건축을 하면 공사비 감소로 단독 재건축보다 약 11% 내외의 사업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토연구원 조사 결과도 있다.

문제는 주민 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보림 이매 풍림·선경·효성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금 살고 있는 자리에 그대로 살수 있는지”라며 “평수와 위치 차이가 크게 나는 단지들은 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준비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곳들이 많다”고 전했다.

준비위가 출범했다고 해도, 실제로 사업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소지도 크다.

예컨대 분당에서 4개 아파트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A단지의 경우 2개 아파트는 역까지 거리가 500m 이내인 역세권 단지다. 이 경우 특별법에 따라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이 가능하다. 반면 나머지 2개 아파트는 역과의 단지가 500m 이상으로 역세권 단지만큼의 용적률 상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경우 역세권인 두개 단지는 용적률 상향 혜택을 나머지 비역세 2개 단지와 함께 나누면서도, 재건축 부담금은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잠재적인 갈등 요소인 셈이다.

이때문에 통합 재건축이 추진됐던 서울에서도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업계에 알려진 성공 사례는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한 메이플자이와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 정도다. 한때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던 여의도 단지들 대부분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단독 재건축으로 돌아섰다.

[올앳부동산] 1기 신도시 재건축,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서로 다른 4개 단지가 모여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전경. 심윤지 기자

통합재건축 분쟁 해결, 결국 관건은 사업성

통합 재건축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업성이다. 정선화 사무국장은 “사업성이 생각보다 낮다면 조합원들끼리 득실을 따지다가 시간만 버릴 가능성이 높다”며 “한꺼번에 지어진 노후계획도시가 늙어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초기에는 파격적인 수준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소수의 선도지구에게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사실상 ‘1기신도시 특혜법’이라는 여론이 나왔던 만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전례없는 용적률 혜택을 준다면, 대신 공공기여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현행 특별법은 특별정비구역 내 주거단지를 통합정비할 경우 용도 변경을 허용하고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5배로 상한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업성을 개선하기로 되어있다. 3종일반주거지역(법정 상한 300%)을 기준으로 용적률을 최대 450%까지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용적률 초과분의 최대 70%를 공공주택 등으로 공공기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도시별 평균 용적률과 공공기여 비율은 국토부가 발표할 가이드라인 격인 ‘기본방침’이 나온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기본계획’을 통해 확정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초과용적률의 70% 정도룰 기부채납을 하게 되면 사업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만큼 조합과 지자체 협상 내용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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