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 시절의 지오 우르셀라 | 사진=에인절스 구단 홍보팀 제공)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구단이 FA(자유계약선수) 내야수 지오 우르셀라(33)를 영입하며 내야을 보강했다.
미국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23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가 우르셀라와 1년 150만 달러(약 19억 9350만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인 선수영입과 관련된 소식이다. 하지만 계약내부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르셀라의 지난해 연봉은 840만 달러(약 111억 6360만원)였다. 디트로이트는 전년도 대비 약 700만 달러(약 93억원)를 후려친 셈이다.
남미국가 콜롬비아 출신인 우르셀라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총 8년을 뛴 베테랑이다. 통산성적은 타율 0.277, 64홈런 280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745로 나쁘지 않다.
지난해 LA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그는 부상 때문에 총 62경기만 뛰었지만 타율 0.299, 2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연봉은 무려 700만 달러나 깎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계약이다.
2023-24 메이저리그 FA시장에서 이런 계약은 우르셀라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주에 샌디에이고와 재계약한 유틸리티맨 주릭슨 프로파도 그랬다.
(샌디에이고 유틸리티맨 주릭슨 프로파 | 사진=샌디에이고 구단 홍보팀 제공)
김하성의 ‘의형제’로 불리는 그는 샌디에이고와 1년 100만 달러(약 13억 3550만원)에 FA계약을 맺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이 74만 달러(약 9억 8827만원)인걸 감안하면 거의 미니멈 수준의 계약인 셈이다.
지난해 그의 성적을 살펴보자. 프로파는 내야는 물론 외야까지 넘나들며 총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2, 9홈런 46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OPS는 0.689였다. 호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연봉 100만 달러를 받을 만한 성적도 아니다. 메이저리그 10년 차에 대한 프리미엄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계약이었다.
이런 경우는 또 있다.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구단은 지난 18일(한국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외야수 랜달 그리척(33)과 1년 200만 달러(약 26억 7100만원)의 메이저리그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액면만 놓고 보면 그다지 이상한 점이 없는 일반적인 계약이다.
하지만 그리척의 성적을 들여다보면 ‘억’소리가 절로 나온다.
미국 텍사스주 출신인 그리척은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4번)에서 LA 에인절스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지명순위가 말해주듯 아마추어 시절 톱 유망주였다.
1라운드 치곤 조금 늦은 2014년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 된 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빅리그 2년차였던 2015년부터 팀의 주전 외야수로 성장했다. 당시 그는 103경기에 나와 타율 0.276, 17홈런 47타점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877로 뛰어났다.
(LA에인절스 시절의 렌달 그리척 | 사진=에인절스 구단 홍보팀 제공)
그리척의 활약은 1년 ‘반짝’이 아니었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9시즌 연속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점도 해마다 4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외야수라는 이점도 있다. 그런데 1년 200만불에 계약했다.
그리척은 지난해 약 388만 달러(약 52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성적도 총 118경기에 나와 타율 0.267, 16홈런 44타점을 올렸지만 오히려 올해 연봉은 반토막난 셈이다.
비슷한 경우는 또 있다.
지난해 피츠버그와 밀워키에서 뛴 베테랑 1루수 카를로스 산타나(38)는 최근 미네소타와 1년 525만 달러(약 70억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산타나는 지난해 타율 0.240, 23홈런 83타점을 기록했다. WAR(승리기여도)도 2.7로 좋았다.
하지만 그는 1년전인 2023년 연봉 672만 달러(약 90억원)보다 무려 147만 5000달러(약 19억 7428만원)가 삭감된 FA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메이저리그 시장에 돈은 있지만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 메이저리그 다수 구단에 대한 TV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벨리스포츠 운영사가 재정문제로 파산하면서 그 여파로 구단의 주 수입원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줬다.
(밀워키 시절의 카를로스 산타나 | 사진=밀워키 구단 홍보팀 제공)
가장 큰 여파를 받은 대표적인 구단이 샌디에이고이다. 이들은 지난해 돈줄이 막히자 단기 현금 유동성 문제로 5000만 달러(약 667억 7500만원)의 긴급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메이저리그 다수의 구단이 올해도 벨리스포츠와 중계권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벨리스포츠가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또 다른 혈관이 터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구단이 샌디에이고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지켜본 구단주들이 과거와 달리 돈 쓰는 걸 주저하게 됐다”며 “향후 2~3년 간은 쇼헤이 오타니(30. LA 다저스) 같은 상위 5%의 슈퍼스타는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그 외에 선수들은 힘들게 FA 자격을 얻어도 과거처럼 다년 계약을 통한 달콤한 액수를 보장받지는 못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FA 시장에 블레이크 스넬(32), 맷 채프먼(31) 등 다수의 미계약자들이 남아 있는 것도 결국엔 돈 문제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은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7)도 기다리다 지쳐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다.
사진=밀워키,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구단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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