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벌어진 의료대란이 한 달간 이어지는 가운데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로비 의자에 앉아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진짜 응급한 일이 생겨서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언제라도 달려가려고 매일 병원 근처에서 지내고 있어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립니다.”
서울 한 대학병원 전공의 2년차 A씨는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제출한 뒤에도 매일 병원 안에 있는 커피숍으로 출근한다. 그는 18일 “환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며 “생명을 살리는 ‘바이탈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전공의 과정을 선택했는데 우리를 돈만 좇는 사람들로 비난하는 사람들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의료대란 사태는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응급실과 수술실을 오가는 고된 전공의 생활을 접은 지 한달이 됐지만 그들은 “마음은 한시도 편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소재 사립대 병원 외과에서 전공의 생활을 했던 B씨는 “전공의 때는 1주일에 80시간 정도 일을 해서 몸은 피곤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훨씬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담당했던 환자의 보호자가 병원에 수술 인력이 부족해서 수술이 밀렸다고 전화가 왔다”며 “그분께 제가 얼른 돌아가서 수술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보다 환자 걱정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라며 “제발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명분을 좀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했다.
전공의 단체 간부로도 활동한 전공의 C씨는 “복지부에서 의사 단체들과 의대 정원 논의를 수차례 했다고 밝혔는데 우리 전공의들의 입장은 한번도 물어오지 않았다”며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발표될 때까지 우리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원 확대 규모를 잠시 유보하고 대화를 하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인데 그걸 왜 안받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과를 희망해서 전공의 과정을 택했던 D씨는 “솔직히 정부가 내놓는 필수의료패키지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가를 올리겠다, 전문병원을 키우겠다, 지역응급센터를 강화하겠다 등 매일 하나씩 정책을 내놓는데 뭔가 치밀하게 준비했다기 보다는 땜질식으로 내놓는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런 큰 대책이 아니라 치밀한 설계도가 필요한 것이 필수 의료 분야”라고 말했다.
사태가 해결되도 다시는 전공의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의사도 있다. 빅5 병원 전공의 씨는 “처음에 병원에서 나올 때는 곧 돌아올거라는 생각에 몸만 나왔는데 최근에는 짐까지 챙겨서 왔다”며 “사람들이 의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버려서 그럴 바에는 돈이라도 벌자는 생각 밖에 없다”고 한숨 쉬었다. 그는 “전공의는 월급도 상대적으로 적고, 환자로부터의 소송 위험도 있었는데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버텼는데 이제 누가 전공의를 하고 싶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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