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소풍 … 가족과 친구의 의미를 되새기다

내달 7일 개봉 영화 ‘소풍’

60년만에 만난 친구들 사연 통해

노년의 애환과 아픔 풀어내

나문희·김영옥 명품연기 선사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소풍 … 가족과 친구의 의미를 되새기다

노년에 다시 만난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소풍’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다. 조금 서툴고 어리숙해도 다가올 앞날을 꿈꾸며 희망에 가득 차 있던 열여섯 살. 사소한 일에도 울고 웃으며 친구들과 소중한 우정·추억을 쌓았던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 뒤로 60년이 흘렀다. 자식 뒷바라지를 해가며 치열하게 살아내는 동안 몸은 늙고 병들었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이제는 버겁다. 이런 부모 속을 알 리 없는 자식들은 제 앞가림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소풍처럼 왔다 가는 게 인생이라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다음달 7일 개봉 예정인 영화 ‘소풍’은 어린 시절 친구들이 세월이 흘러 70대가 되어 다시 만나 추억을 되새기고 서로에게 공감하며 우정과 애환을 나누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분홍신’ ‘더 웹툰: 예고살인’ 등을 제작한 김용균 감독의 신작이다. 국민 시니어 배우로 꼽히는 배우 나문희·김영옥·박근형이 주연으로 총출동했다. 국민 가수 임영웅도 OST ‘모래 알갱이’로 참여했다.

돌아가신 엄마가 자꾸 꿈에 보이던 은심(나문희)은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금순(김영옥)과 함께 고향 남해로 떠나기로 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을 짝사랑하던 태호(박근형)를 만나고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하나둘 떠올린다. 영화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간중간 이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대로 겹쳐 보여 준다. 친구들을 만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늙고 병든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천진난만했던 때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은심과 금순은 다시 고향을 찾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친구들의 서글픈 모습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고향 마을에서 작은 막걸리 양조장을 운영하는 태호는 아내를 잃고 매일 술을 빚으며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고향 땅에 들어서는 리조트 개발에 삶의 터전을 잃을까 온몸을 던져 시위에 나서다 다치기까지 한다. 시집을 보내지 못한 딸도 자기 탓인 것 같다며 자책한다. 또 다른 친구 정자는 치매 환자로 부산 요양원에서 사지가 묶인 채 지내고 있다. 이민 간 자식은 요양비만 낼 뿐 일절 찾아오지 않는다.

은심의 아들 해웅은 금순의 딸 미현과 결혼했지만 매번 사업에 실패하고 틈만 나면 은심의 인감도장으로 돈을 빼 은심의 재산까지 말아먹는다. 급기야 새로 벌인 가맹사업에서는 가맹점주들이 사기를 당했다며 집단 소송에 나서고, 가맹비 환불을 요구하던 한 점주는 해웅의 사무실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하기에 이른다. 미현은 해웅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이를 들은 은심의 속도 타들어간다.

금순도 앞이 깜깜하긴 마찬가지다. 어느 날 금순은 허리가 아파 누운 채로 앉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이불에 실수를 한다. 이를 본 은심은 “이래서 서울 온 거야? 못 움직이기 전에 마지막 인사하려고? 성필(금순의 아들)이가 돌봐준대? 아니면 캐나다 가는 미현이가?”라며 답답한 듯 쏟아낸다. 무기력하게 나란히 누운 둘은 지난 일들을 생각한다.

이처럼 ‘소풍’은 동갑내기 친구들의 공감을 통해 나이 든 부모들의 힘에 부친 삶과 우리 사회 노년층이 겪는 설움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한평생 연기라는 외길을 걸어온 노배우들의 깊은 연기와 구수한 사투리는 더욱더 이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서글픈 노년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미래다. 은심과 금순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소풍을 떠난다. 은심은 말한다. 고생했다고, 너는 충분히 했다고. 금순도 이야기한다. 너도 잘 살았다고,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네 친구가 될 거라고.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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