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너마저 오르기냐"... 사장님도 손님도 밥 시간이 두렵다

“양배추, 너마저 오르기냐”… 사장님도 손님도 밥 시간이 두렵다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양배추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사장님, 김치 좀 더 주세요.”

17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백반집. 점심시간에 맞춰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분주히 주문을 받고 팔팔 끓는 찌개와 푹 익힌 수육, 각종 밑반찬을 나르던 사장 김모(70)씨는 손님들의 거듭된 ‘리필’ 요청에 마음이 영 불편하다. “손님이 많아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재료가 떨어질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재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고민 끝에 쌈 채소에서 고추도 뺀 터였다.

요즘 고공 물가 체감은 채소가 이끌고 있다. 사과에서 시작해 875원으로 대표되는 대파에 이어 양배추까지. 치솟는 채소 값 탓에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추, 양파 등 재료용 채소 가격도 껑충 뛰어 장사하기가 죽을 맛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8kg에 8,224원하던 양배추 중도매가는 17일 기준 2만520원으로 3배나 올랐다. 주산지의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출하량이 줄어든 게 원인이다. 소매가는 한 통에 1만 원까지도 팔리는 실정이다. “대파 값이 떨어지니 이제 양배추 때문에 죽겠다”는 소상공인들의 푸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요리의 재료가 되는 기본 채소도 비싸져 부담은 더 크다. 청양고추는 10kg 기준 지난해 같은 달 4만 원대에서 8만 원대로 뛰었고, 양파도 15kg 기준 1년 전 2만904원에서 2만7,117원으로 30% 가까이 올랐다.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이 점심식사를 하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이유진 기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주들은 온갖 묘안을 짜내며 버티는 중이다. 서대문구에서 24시간 분식점을 운영하는 안모(58)씨는 얼마 전부터 0시가 지나면 가게 조명 일부를 끄고, 오전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영업을 중단한다. 전기료라도 아낄 요량에서다. 이달 들어 인기 메뉴인 치킨간장덮밥의 주재료 양배추 가격이 크게 올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안씨는 “양배추 3개에 1만 원이면 샀는데 요즘은 하나에 6,000원꼴”이라면서도 “(양배추가) 워낙 많은 메뉴에 들어가 비싸다고 다른 재료를 쓸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중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60대 사장도 “당근 같은 생 채소나 반찬으로 나가는 양배추 샐러드의 양을 줄였다”면서 “손님이 가장 많은 오후 8시쯤엔 이마저도 동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도매업자 지인이 며칠 안으로 양배추 가격이 폭등한다고 했으니 미리 많이 쟁여두라” 등 재료 품귀에 대비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재료 값이 오르면 음식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도 한숨 쉬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 박윤지(28)씨는 “점심을 해결하던 단골 국수 집이 최근 원자재 값 인상으로 1만5,000원 가까이 가격을 올렸다”며 “한 끼 식사비로 매일 지출하기엔 과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이 폭등한 뒤에야 수습하는 ‘두더지 잡기’식 물가 관리는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연간 수요 및 공급량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부족분을 수입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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