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르트헤이트’ 종식 30년…남아공, 불평등 현실 개선은 더디기만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30년…남아공, 불평등 현실 개선은 더디기만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가운데)이 27일(현지시각)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자유의 날’ 행사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AP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악명 높은 인종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종식 30돌을 맞아 기념식을 열고 자축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흑인의 삶의 질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 어두운 현실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행정 수도인 프리토리아에서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등을 기념해 제정된 ‘자유의 날’ 30돌 기념식을 열어 “우리 삶에서 자유가 태어난 이 날과 견줄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아공은 영원히 바뀌었고, 우리나라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신호탄이었고 아프리카와 전 세계에 널리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며 “이날 남아프리카 모든 사람의 위엄과 존엄이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남아공 소수 백인 정권은 영국 식민지 시설부터 존재했던 인종 차별을 1948년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 간 분리 정책으로 제도화했다. 1949년 인종 간 혼인금지법이 제정됐고 이듬해인 1950년에는 인종별 거주지역 분리를 규정한 ‘집단지구법’이 만들어졌다. 남아공에서 백인이 아닌 이들은 거주, 이동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대폭 제한당했다.

남아공 인구의 약 80%를 차지하는 흑인들은 거세게 저항했으나, 소수 백인 정권은 폭력적으로 이를 진압했다. 1974년 11월 유엔이 총회 의결로 남아공 회원 자격을 정지하고, 이후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경제 제재를 취했다. 하지만, 남아공 백인 정권은 40년 넘게 아파르트헤이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30년…남아공, 불평등 현실 개선은 더디기만

줄루족 무용수가 27일 요하네스버그 소웨토 거리에서 열린 ‘자유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1989년 9월 마지막 백인 대통령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가 당선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클레르크 대통령은 한계에 다다른 아파르트헤이트를 포기하고 남아공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을 벗어나는 정책을 추진했다. 1990년 2월 흑인 저항운동 상징적 인물인 넬슨 만델라 아프리카국민회의(ANC) 부의장을 감옥에서 석방했으며, 1992년에는 백인들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해 아파르트헤이트 폐지를 결정했다.

만델라 석방 4년 뒤인 1994년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실시된 모든 인종이 참여한 첫 총선이 열렸다. 이 선거에서 아프리카국민회의가 승리하며 아파르트헤이트는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95년 5월 10일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에 취임한 만델라는 “새 시작을 할 시간이 우리에게 왔다”며 “우리는 마침내 법적 평등을 이뤘다. 이제 모든 사람이 가난, 박탈, 고통, 성적 차별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30년, 그러나 남아공 많은 이들이 삶의 변화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한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30년…남아공, 불평등 현실 개선은 더디기만

흑인저항 운동의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30년 전인 1994년 4월 27일 모든 인종이 참여하는 남아공 첫 총선에서 한 표를 던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남아공의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최고수준인 32.1%에 이르며, 특히 15~24살 사이 젊은 층의 실업률은 같은 시기 기준 60%에 육박했다. 빈부 격차도 세계 최고수준이며 흑백간 경제적 격차는 여전하다. 아파르트헤이트의 부정적 유산이 아직 극복되지 않았다.

남아공의 정치 지형은 변곡점에 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태어난 세대가 유권자가 되면서, 그동안 저항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아프리카국민회의와의 유대감이 옅은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국민회의 주요 지도자들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도 끊이지 않는다.

입소스가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국민회의 지지율은 40.2%로 40%를 간신히 넘겼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달 29일 열린 총선에서 아프리카국민회의는 1994년 총선 이후 처음으로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수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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