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들 모여서 나라 하나 만들었네”…프랑스 3배 크기 섬나라 어디? [Books]

웨이스트 랜드 /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쓰레기들 모여서 나라 하나 만들었네”…프랑스 3배 크기 섬나라 어디? [books]

포항 철강산업단지내 빈 공장 건물에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영국 에섹스주 몰든의 폐기물 공장에는 쓰레기가 강물처럼 흐른다. 시큼한 냄새를 풍기고 굉음을 내면서 1시간에 12톤의 쓰레기를 소화한다. 이 곳은 안전모를 쓴 인부들과 컨베이어 벨트가 하루 300톤에 달하는 쓰레기 중 알루미늄캔이나 페트병 같은 돈되는 쓰레기를 회전초밥처럼 분류하는 거대한 공장이다.

2019년 봄,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는 가디언지에 폐기물 처리 산업의 위기를 주제로 기고를 했다. 취재 과정에서 쓰레기 재활용 공장을 방문한 그는 거대한 쓰레기의 산 앞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즉각적으로 깨달았다.

와이어드, 가디언, 뉴욕타임스 등에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글로벌화된 폐기물 산업의 실체를 직접 파헤치는 이 책을 통해 현장 르포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는 세계 최대급 인도 쓰레기 매립장부터 미국 광산 폐허, 패스트패션으로 몸살을 앓는 가나 중고 시장에 이르기까지 쓰레기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그린워싱, 중고품 기부 뒤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 핵폐기물의 유산을 마주하고, 쓰레기로 뒤덮인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절망 이면의 희망을 찾으려 노력한다.

산업화 이전에는 쓰레기 배출이 적었다. 오히려 병을 몰고 다니는 배설물의 위협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플릭스틱은 인간과 쓰레기 관계를 완전히 새로 썼다. 저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바에 따르면 쓰레기는 시급한 위기다. 일례로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섬은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약 1100만톤의 플라스틱이 환류로 인해 모이면서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프랑스 영토의 3배 크기가 되어 버렸다. 세계 1위 생산국인 미국은 매일 인당 2㎏의 쓰레기를 만든다.

“쓰레기들 모여서 나라 하나 만들었네”…프랑스 3배 크기 섬나라 어디? [books]

웨이스트 랜드

저개발국은 아직 배출양이 적지만 이들은 집하 시설이 없는 곳에서 환경적으로 안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태우거나 내다 버리고 있다. 다수는 강과 바다와 공기중으로 흘러가 독성 물질과 합쳐진다. 선진국은 열심히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하지만 다수는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고 빈곤국으로 보내진다. 저자는 이를 ‘유독성 식민주의’라 부른다. 2017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매립장이 붕괴해서 적어도 150명이 사망했다. 현장에서 만난 인부에게 다친적이 있는지 묻자 그는 아무렇게 않게 답했다. “그럼요. 그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다가, 그냥 떨어지는 거죠.”

환경적으로도 쓰레기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고형 폐기물 산업은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5%를 차지하며, 해운업과 항공업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양이다. 이 책은 순환경제의 일부로서 폐기물의 재활용 과정도 집요하게 쫓아가며 이 자체가 얼마나 거대한 산업인지를 알려준다. 동시에 단지 쓰레기 문제만을 다루지 않고 우리의 낭비로 인해 잃고 마는 기회를 다룬다. 우리가 만드는 음식의 3분의 1은 그대로 버리지만 매일 8억명의 사람이 굶주리고 있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행위를 다시 고찰한다면, 이 연약한 지구를 지키고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데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을 덮으며 알게 된다. 쓰레기는 더럽지만 매력적인 덩어리이며, 대다수의 쓰레기가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쓰레기 이야기를 이렇게 독창적으로 할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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