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명물 ‘쥐구멍’ 사라졌다”… 훼손돼 시 당국이 철거

“시카고 명물 ‘쥐구멍’ 사라졌다”… 훼손돼 시 당국이 철거

쥐 모양의 시카고 ‘랫홀’. AP연합뉴스.

올해 1월 반짝 인기를 끌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시카고 쥐구멍(Chicago Rat Hole)’이 사라졌다. 랫홀이 있는 보도 블록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미 시카고시 당국이 철거한 것이다.

랫홀은 ‘쥐(rat)’와 도로에 생긴 구멍을 뜻하는 ‘포트홀(pothole)’의 합성어로, 시카고 로스코 빌리지 지역의 인도 보도블럭에 있는 쥐 모양 구멍이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랫홀은 최소 20년 전부터 그곳에 있었다.

“시카고 명물 ‘쥐구멍’ 사라졌다”… 훼손돼 시 당국이 철거

랫홀 앞에서 프로포즈한 연인. 시카고 선 타임스 기사 캡처.

랫홀은 지난 1월 6일 지역 예술가이자 코미디언 윈슬로우 듀메인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당시 듀메인은 랫홀 사진과 함께 “시카고 랫홀로 성지순례 와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은 5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13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랫홀을 보기 위해 로스코 빌리지를 방문했다. 일부는 랫홀 주위에 음식과 꽃을 두고 쥐의 명복을 빌었으며, 주변에 동전을 던지며 행운을 비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연인들은 랫홀 앞에서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시카고 명물 ‘쥐구멍’ 사라졌다”… 훼손돼 시 당국이 철거

랫홀이 철거된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게시글. ‘매우 슬픈 날, RIP 랫홀’이라고 적혀 있다. @persiankvnlove 엑스 캡처.

랫홀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랫홀이 그려진 티셔츠가 제작됐고 자신의 몸에 랫홀 문신을 새긴 사람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랫홀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에선 쓰레기와 소음 문제가 불거졌다.

시카고 시의원인 스콧 바그스팩의 수행 비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스콧은 최근 몇 달동안 시도 때도 없이 랫홀을 보러 오는 사람들때문에 소음 공해와 다른 불편을 겪고 있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랫홀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올렸다. 실제로 렛홀은 시멘트로 메워지기도 했다. 다만 시멘트가 완전히 굳기 전 랫홀 상태를 발견한 주민이 시멘트를 파내면서 원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랫홀의 철거 소식에 일부 주민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랫홀 근처에 사는 그레이스 피노넨(28)은 “유명인 옆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며 “랫홀이 그리울 것”이라고 시카고 선 타임스에 말했다.

아이작 커트라라(27) 역시 “랫홀이 없어진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랫홀이 박물관 같은 곳에 보관돼 언제든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2024년과 랫홀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BC뉴스에 따르면 랫홀 보도 블록은 향후 보관지가 정해질 때까지 시 교통국에서 임시 보관될 예정이다.

김민경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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