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리그 톱인데"…'ERA 0.93' 프로 10년차 이런 적 처음, 보상선수 신화 도전한다

▲ 두산 베어스 박정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박정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불펜투수 박정수는 6회 안정적인 투구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불펜투수 박정수는 6회 안정적인 투구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커브나 체인지업 트랙맨 수치를 보면 회전수나 이런 데이터가 리그 톱이에요. 그런데 활용을 잘 못했었죠.”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박정수(28)는 올해로 프로 10년차가 됐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7라운드 65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40경기에서 3패, 1홀드, 68이닝, 평균자책점 7.01에 그친 뒤 2020년 시즌 도중 NC 다이노스로 트레이드됐다. KIA에 이어 NC에서도 대체선발투수 또는 패전조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다 2021년 시즌 초반 이용찬이 뒤늦게 NC와 FA 계약을 하면서 보상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했다. 3번째 유니폼을 안겨 준 두산에서는 야구 인생을 꽃피우고 싶었으나 마음처럼 잘 풀리지는 않았다. 지난해까지 3시즌 통산 47경기, 2승4패, 1세이브, 70⅔이닝, 평균자책점 5.35에 그쳤다. 프로 9년차가 되도록 패전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산이 보상선수로 박정수를 그냥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장점이 있었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보상선수 지명 당시 “체인지업이 최근 많이 늘었더라. 어중간한 스피드로 공을 던지는 오버 피처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1군 경험이 많기도 하고, 중간 투수도 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지만, 커브와 체인지업은 수준급이었다. 다만 박정수가 그동안 활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조웅천 두산 투수코치는 “트랙맨 수치나 회전수 이런 데이터를 보면 커브와 체인지업의 수치는 리그 톱이다. 톱인데 그동안은 활용을 잘 못했다. 들어갈 때 과감하게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비슷하게 어렵게 가다 보니까 작년까지 계속 안 좋은 패턴으로 갔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예전 코치님들도 ‘네 볼이 좋으니까 붙어라’ 그렇게 주문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본인이 적극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모든 구종의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고, 특히 변화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승부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프로 10년차, 두산에서 4년차가 된 올해. 박정수는 지금까지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9경기에서 홀드 3개를 챙기면서 9⅔이닝, 평균자책점 0.93을 기록했다. 두산 불펜 가운데 평균자책점 독보적 1위다. 시즌 초반 홍건희, 김명신, 김강률, 이영하, 김택연 등 필승조로 구상했던 선수들이 단체로 자리를 비웠을 때 박정수가 없었다면, 두산은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박정수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진 비결 가운데 하나로 루틴을 꼽았다. 그는 “항상 불펜에서 팔을 다 풀고 올라가도 마운드에 가면 결과가 안 좋았다. (김)명신이 형과 (홍)건희 형이 루틴이 있어야 한다고 항상 말해줬다. 불펜에서 준비할 때부터 너만의 것이 있어야 마운드에서도 잘 던질 수 있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루틴을 생각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단한 루틴은 아니다. 그냥 던지기 전에 포수가 공을 받으러 가면 타석에 한 명만 서 있어 달라고 한다. 그러면 이제 거기서 영점이 잡히고, 마운드에서도 똑같이 영점이 잡히더라”고 덧붙였다.

▲ 두산 베어스 박정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박정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박정수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박정수 ⓒ 두산 베어스

공격적으로 투구할 수 있도록 격려한 투수 코치진에 공을 돌렸다. 박정수는 “일단 스트라이크 비율이 좋아진 것 같다. 마무리캠프 때부터 조웅천 코치님과 박정배 코치님이 칭찬을 많이 해 주시고, 자신감을 심어 주셨다. 그때부터 꾸준히 좋아진 것 같다. 자신감이 생긴 것도 큰 것 같다. 계속 칭찬을 해 주시니까. 피하지 않으려 하게 되고 그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두산 좌완 이병헌은 올해 180도 달라진 박정수의 비결이 궁금했는지 ‘요즘 경기에 많이 나가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가나’라고 질문을 직접 던졌다. 박정수는 “그냥 마운드에 올라가면 한 타자에 집중하는데, 타자를 신경 쓰기보다는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려 한다. 그게 좋았던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조 코치는 박정수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조 코치는 “솔직히 아직 선두타자 3볼부터 시작하고 그런 현상이 나오긴 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볼넷을 안 주고 승부를 할 수 있는 제구력이 뒷받침되니까 상대 타자들한테 영향력이 조금 더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볼넷으로 연결되면서 어려운 게 있었는데, 지금은 볼넷이 안 나오고 승부할 수 있는 제구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정수가 마음도 여리고 소극적인 성격이고 그래서 적극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모든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공 좋다’고 격려하지만, 정수한테도 똑같이 그런 말을 해 주면서 ‘공 좋으니까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승부하자’고 항상 말해 준다. 그리고 본인이 이제 연차가 되니까 본인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으니 준비를 잘하지 않았겠나. 내가 뭐 크게 더한 것은 없다. 정수 본인이 야구장에서 자기 공을 잘 던지고 있는 결과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산 불펜은 박정수를 비롯해 최지강, 정철원, 박치국 등이 힘들게 버티고 있던 상황에서 최근 김명신, 홍건희, 김택연 등이 합류하면서 큰 힘을 얻었다. 박정수는 “(김)명신이 형이랑 (홍)건희 형이 오면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 투수조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 명신이 형이랑 건희 형이 고기도 사 주시고, 후배들을 잘 챙겨 주신다. 앞으로 경기를 더 해야 알겠지만, 형들이 오면서 앞으로 더 좋아질 일밖에 없을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박정수는 시즌 초반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 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자 한다. 그래도 보상선수 성공 신화까지 갈 길은 멀다.

박정수는 “나는 올라갈 일밖에 안 남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닝을 많이 던지고 있고, 주자 있을 때 나가는 상황에서는 내 점수는 안 주는데 앞선 투수의 책임주자는 항상 득점을 허용하더라. 책임주자를 조금 더 잘 막고 싶다”며 시즌 끝까지 승리 상황에 등판할 수 있는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두산 베어스 박정수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박정수 ⓒ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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