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는 공사 못 하지"…1위 건설사도 1분기 수주 0건

건설 현장. 박종민 기자

건설 현장. 박종민 기자

고금리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 확대 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이른바 ‘대형건설사’로 불리는 국내 도급순위 상위 건설사 10곳 중 7곳은 올해 1분기 정비사업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원자재가격과 노임의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공사비 갈등, 부동산 PF에 대한 위험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방침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주 실적을 공개한 국내 상위 건설사 10곳의 올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 999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 5242억 원)보다 약 12% 줄었다. 2년 전(6조 7786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40%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특히 도급순위 1위인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7곳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0원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이앤씨(2조 3321억 원)와 현대건설(1조 4522억 원), SK에코플랜트(2151억 원)만 수주를 따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7.4% 감소한 189.8조원을 기록했다.특히 민간 주택수주는 전년 대비 32.6% 감소한 54.4조원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금액을 기록했했다.

건설사들이 이렇듯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주효하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가팔라진 상황에서 안전 및 환경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공사 원가는 치솟고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올해 1월 154.64에서 2월 154.81(잠정)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하는 조합도 건설사의 조건을 맞춰주기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올해 1분기에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한 정비사업 현장은 23곳 중 수주 경쟁이 이뤄져 시공사를 선정한 곳은 마포 연남동 244-16번지 일원 가로주택 등 단 3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4분기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 31곳 중 8건이 경쟁입찰이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수개월 사이에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몇 년 전만해도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전쟁을 방불케했던 강남권 역시 수주 경쟁이 사라진 모양새다.

어렵게 정비사업을 따내더라도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 압력, 그에 따른 조합과 갈등가능성도 농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의뢰는 △2019년 3건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 등으로 증가세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월 주택사업 경기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8.1포인트(p)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100) 이하인 70선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사업 경기 전망지수가 기준선 위면 사업자들이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의미이고, 그 이하면 반대다.

시장에서는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기피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에 따라 2~3년 후에 공급물량 부족에 따라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나온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주할 이유가 없다”며 “‘여의도한양’이나 ‘한남5구역’처럼 상징성이 있는 사업지는 수익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수주하려는 건설사 간 경쟁이 벌어질 수 있지만 이외에 다른 사업지들은 현실성 있는 공사비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시공사를 찾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기준 3년 뒤 공급 절벽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이후 공급을 위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정비사업 진척 상황을 보면 공급 절벽 장기화가 예상되고 이에 따라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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