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핵 아니고 빵 없어 망해”… 北에 충고한 안보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과거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현 러시아)이 망한 것은 경제난과 생활고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주민 상당수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데도 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에만 매달리는 북한 정권을 겨냥한 경고인 셈이다.

 

장 실장은 27일 오전 KBS ‘남북의 창’ 1000회 특집에 출연해 한반도 안보를 주제로 진행자와 대담을 했다. 그는 ‘북한 당국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달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북한이라는 나라를 만들어준 건 소련”이라며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망한 게 아니고 빵이 없어서 망했다, 하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답변했다. ‘빵이 없어서’라는 말은 요즘 북한 주민들이 겪는 극심한 식량난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련, 핵 아니고 빵 없어 망해”… 北에 충고한 안보실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2023년 9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푸틴이 답방 차원에서 연내에 평양을 찾아 김정은과 재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동서 냉전이 종식을 향해 치닫던 1980년대 말 소련은 겉으로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심각한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모든 국가적 자원과 역량을 국방비에만 쏟아부은 결과였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개혁’과 ‘개방’을 외치며 경제 재건에 나섰으나 이미 늦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독일 통일을 거치며 냉전은 끝났다. 1991년에는 소련마저 해체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장 실장은 북한 주민들을 향해선 “북한 당국이 갑자기 통일이나 민족을 부인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을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고 보듬어 나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또 우리 국민들의 의지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한이 같은 민족끼리의 ‘동족 관계’라던 입장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교전국 간의 관계’라고 규정했다. 평화통일 가능성을 일축하고 북한이 남한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과정에 의한 무력통일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1절 연설을 통해 ‘북한이 뭐라고 하든 민족적 동질성을 중시하고 통일 노력도 계속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천명했다. 장 실장의 발언은 이를 거듭 확인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소련, 핵 아니고 빵 없어 망해”… 北에 충고한 안보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KBS ‘남북의 창’ 1000회 특집에 출연해 북한 등 한반도 안보 이슈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제공하며 두 나라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체포하는 등 남한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마침 장 실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처음 임명된 주(駐)러시아 대사 출신이다. 한·러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진행자의 물음에 장 실장은 “러시아는 궁극적으로 남북한 중 어디와 협력해야 하는지 스스로 잘 안다”고 답했다. 이어 “한·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좀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고 또 러시아가 부족한 무기를 북한에서 공급받는 상황에서 한·러 관계 냉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런 국면은 일시적일 뿐 영영 그렇게 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중국이나 러시아는 (우리가 불편하다고)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며 “저희도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속 중국 측하고, 또 러시아 측하고도 소통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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