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 나와"…주민센터 '진상'들 이렇게 대응한다

23일 오전 10시 모의 훈련에서 바디캠을 착용한 통합민원실장이 민원인을 진정시키러 나오자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악성 민원인/사진=오석진 기자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요? 그리고 자필로 작성하라고 여기 어디 나와 있어!”

“아내 지금 병원에 있다니까? 지난번엔 하게 해줬잖아요!”

23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주민센터에서 한 남성이 아내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며 공무원에게 소리를 쳤다. 남성은 인감증명서 대리 발급을 위한 위임장 서식을 안내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자신이 작성하려 했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인감 소유주 본인 자필로 작성해야 한다고 안내했고, 남성은 이에 반발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담당자가 폭언을 중단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해도 남성이 진정하지 않자 통합 민원팀장이 나섰다. 그래도 폭언이 지속되자 팀장은 몸에 달린 보디캠으로 사전 녹화하겠다고 남성에게 공지했다.

보디캠 촬영에 격분한 남성은 민원대의 자리에서 일어서 유리창을 손바닥으로 쾅 소리가 나게 여러 차례 치면서 촬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통합민원 팀장은 남성의 행동이 형법 284조에 의한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고지하고 진정시켰다. 다른 공무원은 비상벨을 누르고 피해 공무원을 서고로 대피시켰다. 신고받고 출동한 가산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주민센터에 도착해 남성을 끌고 나갔다.

악성 민원인 역할을 맡은 공무원이 피해공무원과 분리조치 후 경찰에 인계되는 모습/사진=오석진 기자

이 모든 상황은 서울 금천구청에서 주관해 실시한 악성 민원 대비 모의훈련이다. 금천구는 지난 17일부터 금천구 통합민원실을 첫 시작으로 2주간 10개 동 민원실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주민센터에 실제 업무를 보기 위해 방문한 민원인들은 훈련 시작 전 고지를 받았지만 실감 나는 상황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은 훈련이 모두 끝나고 악성 민원인 역할을 맡은 공무원에게 “너무 착하게 생겼는데 연기를 잘해서 놀랐다”고 했다.

이번 훈련은 △폭언·욕설 △폭행 △기물파손 △위험물 소지·위협 등 비상 상황에서 각 역할을 숙지하고 실제 상황에서 대응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이한 민원이 발생하면 통합 민원팀장이 담당자를 대신해 보디캠 녹화를 고지한 뒤 촬영을 시작하고, 다른 공무원은 피해 공무원을 민원인과 분리하는 역할을 맡는 식이다.

공무원을 향한 악성민원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 4484건에서 2021년 5만 1883건으로 1.5배가량 늘었다. 전날 49재가 열린 경기 김포시청 공무원은 지난달 5일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 화성에서 고성을 지르던 민원인을 응대하던 공무원이 어지러움을 느끼다 쓰러져 사망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도 실시했던 훈련이다”며 “공무원들 민원 문제에 대해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도 훈련 시기가 되면 해당 훈련을 지속해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 일각에선 불성실한 대민 서비스 때문에 악성 민원이 나오기도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허정아 가산동 주민센터 동장은 “공무원들의 응대 과정에서 일반 민원이 악성 민원으로 변화하기도 한다”며 “이런 양상을 막기 위해 우리 공무원들도 민원인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안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인의 마음과 감정에도 공감적인 태도로 응대할 수 있는 자세를 배양하도록 직원 교육도 할 예정”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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