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9조원 받고 미국에 공장 짓기로 한 진짜 이유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4월 세 번째 주 이야기

삼성이 9조원 받고 미국에 공장 짓기로 한 진짜 이유 [위클리반도체]

삼성전자 테일러 반도체 공장 부지. 사진=연합뉴스

삼성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대가로 바이든 정부로부터 9조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받기로 결정됐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파트너사들은 잇따라 ‘축하인사’를 보내면서 앞으로 협업에 대한 기대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일각에서는 9조원이라는 돈이 삼성에게 ‘족쇄’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삼성의 최선단 공정이 해외 공장에서 이뤄지는 첫 사례라 기술유출에 대한 걱정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삼성이 한국과 더불어 미국에서도 반도체 공장을 확대하기로 한 속사정은 무엇일까요? 이번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알아보겠습니다.

美반도체 보조금 9조원 확정…14.5% 보조금으로 돌려받아

삼성이 9조원 받고 미국에 공장 짓기로 한 진짜 이유 [위클리반도체]

미국 상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반도체법(CHIPSAct)에 따라 삼성전자에 반도체 보조금 64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에 약 9조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앞서 발표된 인텔, TSMC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금액이죠.

미국 정부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함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2022년 반도체법에 서명했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금 규모는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금 가운데 인텔(85억달러)·TSMC(66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사업 투자금(450억 달러) 대비 비율은 TSMC나 인텔보다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고효율’의 보너스를 챙겼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직접 보조금 외에도 자본 지출의 최대 25%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도 신청할 예정입니다.

‘가드레일·경쟁과열·美대선’…3가지 변수 뚫고 쾌거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확정받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지난해 3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1년여의 세월이 소요됐습니다.

첫 번째 분수령은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졌던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협상이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 생산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있는 생산 시설에 투자를 제한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았죠.

기나긴 협상 끝에 지난해 9월 가드레일 조항은 웨이퍼 투입량을 기준으로 10년간 5%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장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확정됐습니다. 당초 우려보다는 완만한 수준이라 ‘중국 라인 셧다운’ 리스크는 해소됐죠.

삼성전자는 보조금 규모와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협상에 나서야 했습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 39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기업들이 미국에 요청한 보조금은 이를 훨씬 웃도는 700억달러 이상이었습니다. 신청이 몰리자 개별 기업에 돌아갈 몫이 줄어들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격전지인 애리조나와 오하이오를 우선 챙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삼성전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인 애리조나·오하이오에 TSMC와 인텔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반면, 삼성전자는 공화당 우세 지역인 텍사스에 공장을 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삼성전자가 최종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보조금 획득에 성공하면서 불식됐습니다.

최첨단 2나노 美 현지생산 … TSMC와 진검승부

삼성이 9조원 받고 미국에 공장 짓기로 한 진짜 이유 [위클리반도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위치한 삼성의 파운드리 공장 공사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중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파운드리 공장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과 연구개발(R&D)도 함께 구축한다는 방침입니다. 경쟁기업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과 미국 본토에서 정면승부에 나서겠다는 의지죠.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발판으로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해 AI 반도체 수요가 많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공략에 나설 전망입니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은 이 같은 삼성의 적극적인 행보를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삼성이 9조원 받고 미국에 공장 짓기로 한 진짜 이유 [위클리반도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추가 투자와 관련해 “중요한 투자”라고 언급하며 환영의 뜻을 전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최신 제품을 테스트 중인 가운데 황 CEO가 삼성전자와의 협력관계를 이어간다고 직접 거론한 것입니다.

삼성이 9조원 받고 미국에 공장 짓기로 한 진짜 이유 [위클리반도체]

리사 수 AMD CEO.사진 = AMD

시장에서는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는 AMD의 리사 수 CEO의 축하메시지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 CEO는 “고성능 컴퓨팅과 AI에 대한 미국 첨단 제조업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와 전문성을 갖춘 검증된 파운드리 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반도체 지원 볼모지…美5조, 日8조 받을 때 국내선 1.2조원에 그쳐

삼성이 9조원 받고 미국에 공장 짓기로 한 진짜 이유 [위클리반도체]

용산 삼성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사진=매경DB

경쟁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3nm 공정부터 적용한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서도 최선단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삼성 입장에선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가 비교적 적은 국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인건비 측면에서도 미국보단 한국이 훨씬 더 유리하고요.

그럼에도 미국 추가 투자를 선택하게 된 건 한국의 인센티브가 아직 글로벌 표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주요합니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는 미국의 22%, 일본의 1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산출한 ‘국가별 투자 인센티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에 투입하는 돈을 20조원으로 가정할 때 한국에 투자한 기업이 받는 투자 인센티브는 1조2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조건을 적용했을 때 미국과 일본에 투자한 기업이 받는 인센티브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합해 각각 5조5000억원, 8조원에 달했습니니다.

현재 한국의 투자 인센티브는 15%의 설비투자 세액공제만 존재합니다. 반도체 장비 10조원의 15%에 해당하는 1조5000억원어치의 세제 혜택만 제공받습니다. 이마저도 더 깎입니다. 농어촌특별세법에 따라 조세 감면을 받는 내국법인은 조세 절감액의 20% 상당액을 농어촌특별세로 납부해야 하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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