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에 휴진까지' 압박 더하는 의사들…정부는 "흔들림없다"(종합)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매주 하루 ‘외래진료·수술 중단’ 논의

의사들 ‘정부 압박용’ 분석…”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해야” 주장

‘무더기 사직’ 우려에 진료 축소까지…환자들 “부디 남아달라” 호소

‘전공의 선생님 휴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전국 주요 병원 교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교수들은 전공의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달 말로 예정된 2025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정을 앞두고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병원별로 구체적인 진료 축소가 시행되는가 하면, 의사단체에서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경질하지 않으면 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맞서고 있다.

의정갈등, 타협점은 어디에

◇ 일주일에 하루 ‘외래진료·수술 중단’ 논의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온라인으로 총회를 열어 일주일에 하루 요일을 정해 교수들이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길어지면서 남아있는 의료진의 피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의대 교수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휴진 개시 시점 등 구체적인 방식은 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으로, 각 병원 상황에 맞춰 달라질 수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응급실, 중환자실 인력은 남길 가능성이 크다.

전의비 관계자는 “휴진 여부를 안건으로 다루긴 하겠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각 병원·진료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만약 일주일에 한 번 쉬자는 쪽으로 정하면 각 의대나 과에서 상황에 맞춰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전의비가 ‘주 1회 휴진’을 결정할 경우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 병원은 물론 전국 주요 병원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전의비에는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등 전국 20여개 주요 의대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도 이날 총회에서 일주일에 하루를 휴진하는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다루기로 했고,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도 신규 환자의 진료 제한 등을 논의한다.

의대 교수 무더기 사직 현실화 우려

◇ 지역에서는 곳곳 휴진 결정…의협 차기 회장 “박 차관 치워야”

지역에서는 이미 휴진을 결정한 병원이 더러 있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휴진하기로 했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고, 다음 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대병원 비대위도 지난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외래진료를 휴진하고 있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병원도 외래진료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 병원은 모두 외래진료를 하지 않더라도 응급환자, 중증환자 진료·수술은 지속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이 시작되면 현장에서 적잖은 혼란이 벌어지고, 대형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주 1회 휴진하더라도 병원에 환자들이 남아있는 만큼, 병원 자체를 닫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무한다고 해서 환자들이 있는데 병원 문을 닫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병원이 ‘셧다운’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실제 비대위가 금요일 휴진을 예고한 충남대병원은 이날 “병원의 공식적인 정책은 아니며, 정상적으로 진료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계가 진료 축소를 행동으로 옮기는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당선인은 정부 당국자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태의 원흉 박민수, 조규홍 그리고 김윤이 TV 화면에서 본인은 전혀 책임이 없는 듯이 여전히 얄미운 앵무새처럼 설치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라며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 자들부터 하루속히 치워야 할 것”이라고 적은 게시물을 올렸다.

임 당선인은 줄곧 박민수 복지부 차관 경질을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어왔다.

끝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

◇ ‘무더기 사직’ 우려에 진료 축소까지…환자들 “부디 남아달라”

오는 25일이 되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돼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 1회 휴진마저 거론되자 환자들의 불안과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25일 이후에도 부디 의료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교수들이 무더기 사직과 휴진 등으로 정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에는, 의대 입학정원 확정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달 말이면 각 대학의 입학전형 시행계획 확정 등 관련 절차가 종료돼 실질적으로 정원을 조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현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정부는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해 오는 25일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환자들에게 병원을 옮길 것을 안내하는 등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돼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달 말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이 후속 절차를 개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그동안 일부 의대 중에서는 교수들이 쓴 사직서를 교수 비대위가 모아 가지고 있으면서 제출하지 않은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의대 학장이 가지고 있으면서 대학 본부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회는 오는 26일 의대 학장에게 부속 8개 병원 교수들의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3월 28일과 4월 3일 두차례에 걸쳐 교수들에게 사직서를 받아 지금껏 보관해왔다.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교수마다 사직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당장 25일이 아니더라도 환자 등 개별적인 정리를 마치면 병원을 떠나는 교수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최근 환자들에게 오는 8월 31일까지만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전원을 준비해달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붙은 휴진 안내문

◇ 의료계 ‘원점 재검토’ 고수에 정부는 “유감”

현재 의대 교수 등 의사들은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에 한해 증원된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하면서 ‘2천명 증원’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이번 주 중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지만,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개혁특위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개혁 특위는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와 보상 강화 방안, 의료인력 수급 현황의 주기적 검토 등 의료체계 혁신을 위한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협의체다.

정부는 ‘2천명 증원’에서 물러섰는데도 불구하고,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원점 재검토를 반복하는 의료계를 향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협,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단체에 의료계-정부로만 구성된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 주장하며 1 대 1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며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어떤 형식이든 무슨 주제이든 대화의 자리에 나와 정부와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정책적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는 의료계가 화답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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