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의사들, 정부 대화는 일사불란 거부… 의정갈등 교착상태
28일 오후 부산 서구에 있는 부산대병원에서 한 교수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문제를 제기하며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의사들은 전공의, 교수, 개원의가 저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부의 대화 제의엔 서로 맞춘 듯 불응하고 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유화적 발언을 계기로 의사계에 거듭 대화를 요청하면서도 핵심 갈등 사안인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은 고수하고 있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갖고 전공의 업무환경 개선 방안을 내놨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전공의 위원을 1, 2명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수평위는 전공의 관련 정책과 제도를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데, 현재 전공의 위원은 2명이다.
오는 6월에는 ‘전공의 수련환경 파악 실태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전 실장은 “올해 11월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를 배정할 때 평가 결과를 연계해 수련환경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련보조수당 확대 지급 방안도 발표됐다. 현재 흉부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소속 전공의에게 월 100만 원씩 지급하고 있는 수당을 분만, 응급 등 다른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에게 확대하는 내용이다. 전국 8개 권역임상교육훈련센터는 2025년까지 10개로 늘려 모의실습 중심의 체계적인 임상교육·훈련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전공의 면허정지의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한 이래 의사 사회에 부쩍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전 실장은 이날도 “당정이 유연한 처분의 수준을 협의하고 있고, 복지부가 그 안에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바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료공백 해결의 핵심 키인 전공의들은 묵묵부답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금지 협약 위반이라며 지난 13일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한 후로 별다른 공식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간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장을 밝히던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윤 대통령이 ‘유연 처리’를 지시한 날 페이스북에 물음표 하나만을 업로드한 뒤로 말을 아끼고 있다.
대화에 나서지 않기는 선배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앞서 정부는 의정이 의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대화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복지부는 이날까지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의대 교수 비대위,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주요 의사단체들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재차 확인했다.
상대적으로 합리적 태도를 취하는 의대 교수들도 의정 협상에 미온적인 분위기다. 전의교협 등 교수단체들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아무런 조건 없이 일단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는 셈이다.
개원의가 주축인 의협은 지난 26일 임현택 신임 회장 선출 이후 정부와 한층 가파르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임 회장은 “파면될 예정인 박민수 복지부 2차관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가 하면, “오히려 의사 정원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대화 여지를 좁히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최근 90대 노인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의사 집단행동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인은 이달 6일 부산의 공공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지역 대학병원에 전원을 문의했다가 거절당한 뒤 울산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시 해당 대학병원의 심장내과에 환자가 많아 시술이 가능한 전문의가 없었다”며 “전공의 집단행동의 여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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