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쟁할 결심'? 언론이 놓친 김정은의 본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개최한 당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와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를 통해 한반도에서 적대적인 두 개 국가의 존재를 선언하고 “남조선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지시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헤어질 결심’과 ‘전쟁할 결심’을 분명히 했다고들 한다. 북한이 제시한 “대남·통일정책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단순히 전술적인 변화가 아니라 전략적 결별이라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북한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장된 엄포라는 시각과 안보 불감증이라는 우려가 혼재하고 있다.

북한의 되돌리기 어려운 ‘헤어질 결심’

북한의 '전쟁할 결심'? 언론이 놓친 김정은의 본심

북한의 ‘전쟁할 결심’? 언론이 놓친 김정은의 본심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 80년간의 남북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한반도에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북한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하였다”고 선언했다. 이는 앞서 당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한반도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보다 분명히 한 것이다.

우선적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를 폐지하고, 민간 차원에서조차 남북대화 재개의 조그마한 여지도 남겨놓지 않았다. 남북협력의 상징인 경의선까지도 복원 불가능하게 만들며 그 안의 남북관계사를 철저히 부정했다. 김일성의 업적이라고 선전했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도 허물고 통일과 민족 관련 단어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두 개 국가관계 선언이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남한으로 흡수통일되는 것에 대한 현실적 두려움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한다. 남쪽을 향해 핵무기 사용과 전쟁을 하기 위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민족을 버리고 적대적 교전국가로 정리했다고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다가오는 미 대선을 겨냥해 미국에 치중하고자 한국을 배제한 것이라고까지 한다.

북한의 행동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없고, 미국이 대선 기간 동안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면 과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 대선 결과까지 상상해 국가의 헌법까지 바꿀 만큼 북한이 어리석게 행동할지 궁금하다. 북한의 두 국가관계 선언은 대남·통일정책의 전술적 변화가 아닌 근본적인 전략적 방향 전환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은 핵무력을 바탕으로 국제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과 진영화가 심화하고 있는 구조적 요인을 활용하여 대외적으로는 자율성을 확장하고 대내적으로는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은 현 국제체제가 더 이상 미국 중심 단극체제가 아니라 다극체제라고 인식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와 연대를 강화하는 공세적 외교전략을 통해 안보와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신냉전, 진영화 구조를 활용하여 최소한의 정권 생존 및 체제 유지의 안전핀을 보장받았다. 언제부터인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7형과 18형을 발사해도 UN 안보리는 추가 제재는 고사하고 한 목소리의 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북러관계가 진전하면서 무기 거래를 비롯한 다양한 경제적 지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과 국경도 개방되고 외국인의 북한 관광도 시작했다. 지금까지 북한을 옥죄어온 기존 대북제재조차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북한의 ‘헤어질 결심’은 국제질서 변화와 한반도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나름의 합리적 결단이자 예고된 전략적 변화이다. 냉전 종식으로 미국 유일 패권 시대로 접어들자 미국을 통해 생존 및 경제 회생을 바랄 수밖에 없었던 지난 30여 년의 시간을 끝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국과 미국에 대해 더 이상의 기대와 희망을 포기했다.

체제 경쟁의 패배와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미국과 한국 없이도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더 컸을 것이다. 선대의 업적과 성과마저 부정하면서까지 남북관계를 단절한 것은 한마디로 기대할 것도 없고 남북관계가 오히려 체제 생존과 국가 발전에 방해가 될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먼저 싸움 거는 모험할 가능성 적어

북한의 '전쟁할 결심'? 언론이 놓친 김정은의 본심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두 개의 국가관계 선언과 함께 한반도에서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할 수 있음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반부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와 과업을 언급하고 있다. 1월 초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이자 “주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한 자위적 국방력과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지시했다. 일단 말만으로는 ‘전쟁할 결심’을 한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일각에서는 북이 전쟁할 결심을 했다고 단정한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둔 미국으로부터 한반도 전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북한 전문 매체 기고문에서 현 한반도 상황을 한국전쟁 때와 비교하며 북한이 전쟁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시 북핵특사였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도 외교안보 전문지

에서 올해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북한이 몇 달 안에 한국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는 보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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