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의 신' 김연경이 챔프전 앞두고 '침묵 선언'한 까닭

'배구의 신' 김연경이 챔프전 앞두고 '침묵 선언'한 까닭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오늘, 내일은 말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해야겠습니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이끈 ‘배구 여제’ 김연경이 이같이 말했다. 평소와 달리 목은 많이 쉬어 걸걸한 목소리였다.

김연경은 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 3차전 정관장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1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흥국생명은 세트 스코어 3 대 0(25-18 25-19 25-19)으로 정관장을 누르고 갈망하던 챔프전에 오르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은 “참 어렵게 챔프전에 가게 됐다”며 지난 PO 3경기를 돌이켰다. 김연경은 “정관장도 끝까지 좋은 경기를 해서 쉽지 않은 경기였다”며 “마지막 결과가 우리에게 왔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날 김연경의 활약은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전위, 후위, 블로킹, 서브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점수를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54.56%로 팀에서 가장 높았고, 공격 효율은 39.39%로 양 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들 중 최고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의 올 시즌 PO 활약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정리했다. 이어 “김연경은 팀을 바꿀 수 있는 선수”라며 “세계적으로 1명의 선수가 팀을 바꾸는 경우는 없는데, 김연경은 나이, 경기력, 리더십 어떤 모습을 봐도 그럴 수 있다”고 극찬했다.

'배구의 신' 김연경이 챔프전 앞두고 '침묵 선언'한 까닭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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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김연경은 이날 정관장전에서도 경기 내내 팀 동료들을 향해 소리치며 힘을 불어 넣었다.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팀의 정신적 지주인 김연경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목이 쉰 채로 인터뷰에 임한 김연경은 “원래 목소리가 걸걸하다”며 장난스레 웃었다. 그러면서 “경기 중에 소리도 많이 지르고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쉬었다”며 “오늘, 내일은 말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해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긴 해외 생활을 마치고 김연경이 국내 무대로 복귀한 이후 챔프전에서 우승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2020-2021시즌엔 정규 리그 2위와 챔프전 준우승, 2022-2023시즌엔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프전에선 ‘리버스 스윕’을 당하며 한국도로공사에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이번 챔프전은 어떤 의미일까. 김연경은 “또 한 번의 기회”라고 압축해 답했다. 이어 “이 기회를 잘 살려 챔프전 1차전부터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엔 우승이 목표”라고 다짐했다.

'배구의 신' 김연경이 챔프전 앞두고 '침묵 선언'한 까닭

환호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환호하는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김연경은 유독 현대건설전에 자신 있어 했다. 이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흥국생명은 가장 최근 맞붙은 현대건설전 2경기를 모두 셧 아웃 승리로 잡아냈다. 김연경은 “5, 6라운드에서 1세트도 내주지 않고 이겼다는 점이 다른 선수들한테는 ‘해볼 만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상대가 어려워할 수 있는 상황을 알아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점들을 주효하게 잘 적용한다면 오히려 정관장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브라고 생각한다”며 “현대건설이 수비와 블로킹이 좋기 때문에 이를 잘 넘어가야 연속 득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구의 신' 김연경이 챔프전 앞두고 '침묵 선언'한 까닭

국가대표 시절 김연경(오른쪽)과 양효진. 연합뉴스

국가대표 시절 김연경(오른쪽)과 양효진. 연합뉴스

끝으로 김연경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챔프전에서 맞붙은 현대건설 양효진(190cm)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연경은 “오늘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양효진에게 연락이 왔다”며 “언니를 응원한다고 했는데, 정관장을 응원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을 전했다.

김연경은 “우리가 이기고 수원에서 보자고 양효진에게 얘기하고 경기에 들어갔는데 그게 이뤄지게 돼서 기분이 좋다”며 “빅 매치가 성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도 이번 시즌 처음부터 잘해왔고, 우리도 잘했다. 챔프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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