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나이는 문제…트럼프 6살 어린애, 난 어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행사에서 크게 웃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여섯 살 어린이로 묘사하는 등 농담을 이용해 대선 라이벌을 짓뭉갰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행정부, 정계, 연예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찬 행사에서 먼저 자신의 대표적 아킬레스건인 나이(81)를 갖고 농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회장인 엔비시(NBC) 방송의 켈리 오도넬(58)이 자신의 취재 경력이 30년이 됐다고 말한 직후 연단에 서서 “솔직히 말해 당신은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어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맞다. 나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여섯 살짜리와 경쟁하는 어른이다”라고 말해 다시 웃음을 이끌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도널드는 최근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성관계 입막음 돈 관련 재판을 받는 정적의 처지를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을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stormy weather)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한 포르노 배우 출신 스토미 대니얼스(Stormy Daniels)의 이름을 연상하게 만드는 말에 폭소가 쏟아졌다.

미국 대통령들은 전통적으로 이 행사에 참석해 우스갯소리 실력을 뽐내며 기자들을 격려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여러분한테 누구 편을 들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정색을 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패배한 전직 대통령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의사를 숨기지 않는다”고 했다. 또 “취임 첫날에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지자들에게 복수와 응징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다시 패배하면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겨눴다. 기자들에게 부차적인 것에 매달리거나 경마 중계식 보도를 하지 말고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에 집중하라는 요청 겸 훈계도 했다.

이 행사에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의 오도넬 회장은 세계 곳곳에서 기자들에 대한 위협이 커졌다면서 러시아 등에 억류된 미국 기자들의 석방에 힘써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100명 가까운 기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집계도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 기자 등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가자지구 상황은 언급하지 않았다.

행사가 열린 호텔 주변에서는 수백 명이 가자지구 상황을 이유로 기자들에게 이 행사를 보이콧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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