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까닭

러시아가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까닭

러시아가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까닭

지난 22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3년 세계 군사비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는 2022년에 비해 6.8%가 늘어난 2조 4430억 달러(약 3373조 원)를 2023년 군사비로 지출했다. 숫자가 이 정도로 커지면 감이 안 오는데, 1초에 1억 원씩을 군사비로 지출한 것이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새롭게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공격 및 학살과 이에 따른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가장 큰 탓일 것이다. 전년 대비 군사비 지출에서 우크라이나(+51%)와 러시아(+24%), 폴란드(+75%)와 이스라엘(+24%)의 군사비가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되었다.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3만 명 넘는 우크라이나 시민이 죽었다. 전쟁으로 죽은 사람의 숫자를 세는 것이 무의미하고 무감각하게 느껴질 정도로 전쟁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렇지만 평화운동이 전쟁에 대해 무력감을 느낄 때 이를 가장 반기는 것은 전쟁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나는 기를 쓰고 무력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이 전쟁을 하루라도 앞당겨 끝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공부하고 생각하고 실천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한국의 활동가가, 한국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를 찾아보기 위해 박노자의 신간

을 읽었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역사적 지식을 자랑하는 박노자 선생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책이었다. 국제 사회 강대국들의 지형은 어떻게 변화해 왔고 변해가는지, 러시아는 왜 전쟁을 시작했고 그만둘 수 없는지에 대해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비교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미국 패권의 시대는 끝났다

러시아가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까닭

저자가 진단하는 국제 정세는,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미국 단일 패권의 시대는 끝이 났고 다원패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찾아온 미국 단일 패권의 시대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실패,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미 제국의 약화로 주변 강대국들이 군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지역의 맹주들이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패권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중요한 하위 파트너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와 동반자적인 관계를 맺고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과거라면 미국의 적대국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이러한 맥락 속에서 가능했다고 진단한다.

다만 미국의 패권이 끝났다고 해서 미국이 몰락한 것이라고 진단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금융, 문화, 학술영역 같은 연성권력을 막강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제조업 생산력에서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더라도 앞으로 다가올 세계는 중국이 미국의 단일 패권을 대체하는 세계가 아닌, 다극화된 세계라고 전망한다.

단일 패권 국가, 다시 말해 독불장군 깡패국가의 힘이 약해진 것이면 좋은 일 아닌가? 하지만 박노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다극화된 세력 균형에서 균형이 조금이라도 깨질 거 같으면 각국은 바로 군사적 대응에 나서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의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러시아는 전쟁을 왜 멈추지 못하나

박노자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면서도, 러시아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일부 좌파 논객들과는 다르게 이 전쟁의 원인을 나토의 동진에서 찾지 않는다. 나토와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의 내부의 정치와 경제, 시민사회를 분석한다.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인 면에 대해서 박노자는 푸틴의 러시아는 비밀경찰 관료집단이 장악했다고 이야기한다. 정치적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고,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시민적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집단행동의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년 병역거부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러시아 평화활동가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단체 사진을 찍을 때 피켓으로 얼굴을 가렸고, 동영상 자료에서는 음성을 변조하고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에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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