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영부인 언제까지… 사과하고 제 역할 다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한 중인 클라우스 베르네르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전후 진행된 공식 환영식과 오찬 등 행사에 김건희 여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카르멘-제오르제타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부인과 비공개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정상외교 관례상 영부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비공개 일정만 소화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논란 등으로 넉 달 넘게 잠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윤 대통령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끝으로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2월로 예정됐던 독일 국빈 방문과 스웨덴 방문은 출국 나흘 전 “국내 현안에 집중하겠다”며 돌연 연기됐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 비판 여론 악화를 의식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전언으로 김 여사의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지난 2월 윤 대통령 부부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한남동 관저에서 오찬을 한 사실을 하루 뒤에 알렸고, 이번 총선에선 김 여사가 사전투표를 한 사실만 나흘 뒤 전했다.
법에 명시된 영부인의 활동과 임무는 없다. 하지만 영부인이 참석해야 하는 외빈 의전 행사 등 공적인 역할을 하지 않거나, 비공개로 하는 것을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KBS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논란에 대한 해결에 나섰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비판 여론만 키웠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 등 요구엔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진척이 없다.
김 여사의 잠행으로 논란이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 최근 국무총리 인선을 두고 제기된 비선 논란에서 보듯 대통령실 주변에 드리운 김 여사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계기로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에 합당한 설명을 통해 김 여사의 공적 활동 재개 명분을 마련해야 한다. 그제 비서실장 임명을 계기로 1년 5개월 만에 언론 소통을 재개한 만큼 다음 달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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