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법 임박하자 이종섭 ‘수사자료 회수, 내 지시 아니다’

[단독] 특검법 임박하자 이종섭 ‘수사자료 회수, 내 지시 아니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쟁점 중 하나인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내 지시가 아니다’는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왔다. 해병대수사단이 경찰로 넘긴 사건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당일 되가져온 ‘회수’는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와 함께 이번 사건의 중요 쟁점이다.

이 전 장관은 두 행위 모두 ‘위법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방어막을 쳐왔는데, 특별검사법 처리가 임박하자 ‘사건기록 회수엔 관여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다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대령 쪽에서는 “이 전 장관이 사건기록 회수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더 윗선인 대통령실의 직접 관여가 의심된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록 회수는 해외 체류 뒤 보고받고 알게 돼”

이 전 장관 변호를 맡고 있는 김재훈 변호사는 17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에이포(A4)용지 9쪽짜리 글에서 “(지난 8월2일) 국방부 검찰단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명 수사에 착수하면서,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기록을) 회수했다”며 “(사건기록) 회수는 이 전 장관이 귀국 뒤 사후 보고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단독] 특검법 임박하자 이종섭 ‘수사자료 회수, 내 지시 아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30일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찰로 넘기겠다’는 보고를 받고 결재했다. 그러나 이튿날 이를 번복했고,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해 8월3일까지 머물렀다. 장관 해외 체류 중이던 8월2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사건기록을 경찰로 이첩했고, 국방부 검찰단이 몇 시간 뒤 되가져왔다. 이 모든 과정을 이 전 장관은 해외에 있느라 몰랐고, 귀국 뒤에야 알게 됐다는 주장이다.

‘사건기록 회수’는 ‘이첩보류 지시’ 이후 벌어진 일련의 행위 중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큰 대표적 행위로 손꼽혀왔다. 당시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기록을 되가져오면서 압수수색 영장 또는 협조 공문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 경찰에 이첩된 수사기록을 타 기관이 압수수색 등 절차 없이 건네받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런 ‘무리한 행위’가 장관의 지시로 이뤄졌다면 위법 소지가 크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제까지 이 전 장관 쪽은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해 ‘정식으로 이첩되어 사건번호가 부여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회수할 수 있다.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장관이 지시한 건 맞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져왔다. 하지만 이날 ‘사건기록 회수’와 선을 긋는 입장을 내놓았고, 이 때문에 국방부 최고수장인 이 전 장관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최고 윗선인 대통령실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사건기록 회수’ 과정에서 대통령실은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해병대수사단이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넘긴 직후인 지난해 8월2일 낮 1시26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김아무개 대령이 김아무개 해병대사령관 비서실장과 통화한 기록이 있고, 이 통화 24분 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사건기록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했다.

박정훈 대령 변호를 맡고 있는 김정민 변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 전 장관이 경찰로 넘어간 사건 기록 회수에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누구의 지시로 사건이 회수됐는지가 수사의 쟁점이 됐다”며 “당시 무리하게 강행된 사건 회수가 장관의 지시가 아니라면 윗선인 대통령실이 국방부 쪽과 직거래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기록 회수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공무집행방해 등 여러 범죄 혐의와 관련된 위법적 행위이기 때문에 이 전 장관이 거기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인지, 다른 실체가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연서 기자 [email protected] 배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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