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스킨헤드’ 논란···“불법체포” 지적도
인권위, 경찰·법무부 대응 적절했나 조사 중
박진재 자유통일당 국회의원 후보(파란 모자를 쓴 남성)와 ‘자국민보호연대’ 회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붙잡아 억류하고 경찰을 기다리는 모습. 박 후보 유튜브·틱톡 갈무리
한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체포·검문하고 다니는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사적 불법체포’ 소지가 있는 해당 후보의 활동에 대한 경찰·출입국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들여다보는 조사다. 경찰도 해당 후보를 수사하고 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지난 20일 박진재 자유통일당 국회의원 후보의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 논란’과 관련해 긴급구제가 필요하다는 진정을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다.
진정인은 인권위가 경찰청장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박 후보의 행위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막을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인은 “(경찰과 출입국사무소는) 박 후보 등이 출입국사범을 위법하게 체포하는 등 폭력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중지시키지 않았다”며 “법집행관인 경찰청과 법무부가 이들의 행위를 묵과하는 것은 정당한 국가기능 행사를 포기하는 것이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했다.
박진재 자유통일당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달 4일 경북 경주의 한 도로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는 불법’이라고 지적하는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박 후보 유튜브·틱톡 갈무리.
박 후보와 자국민보호연대 측은 전국을 돌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강압적으로 체포·억류·검문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축인 극우 성향 자유통일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에서 대구북갑 선거구에 출마했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이주노동자를 불러세워 검문하거나 거주지·사업장 등을 찾아가 붙잡은 뒤 경찰에 넘기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틱톡에 올린다. 영상을 보면 이들은 이주노동자의 목덜미나 어깨를 붙잡고 억류하거나, 도로에 눕힌 채 몸을 눌러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박 후보는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을 저지르는 현행범이며, 현행범 체포는 누구나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주인권단체들과 법조계는 민간인인 이들의 체포 행위가 현행범 체포의 요건을 채우지 못한 불법체포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박 후보를 입건해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진정인은 “체포의 필요성, 범죄의 현행성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한 체포이며, 사인에 불과한 자국민보호연대는 신분증을 확인할 권한이 없다”며 “인간사냥을 하듯 수백명의 외국인을 체포해 경찰에 인계하는 행위로 이주민들은 불안·공포에 정상적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이주민 밀집지역 상인들도 매출이 급감하는 등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진정인은 경찰과 출입국사무소가 이들의 행위를 적극 제지하고 소속 공무원들에게 관련 조치를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출입국사범을 발견하면 출입국관서에 인계해야 하지만, 해당 외국인이 체포·감금·폭행 등 피해자거나 인권침해를 당했다면 통보의무가 면제된다.
진정인은 “경찰청장은 폭력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통보의무 면제 등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출입국관서는 출입국사범을 인계받을 때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혐오·차별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지난 27일 총선 관련 성명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혐오와 차별의 선동을 선거운동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당과 후보자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게 하는 표현을 삼가고, 혐오표현이 발생할 경우 즉시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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