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된 김백 신임 사장은 지난 3일 YTN의 과거 보도에 ‘대국민 사과방송’을 했다. YTN 보도 갈무리
김백 신임 YTN 사장이 회의석상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보도 등에 대한 ‘대국민사과 방송’을 두고 “경영행위”라며 “그래야 광고를 달라고 기업에 호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화 이후 새 최대주주인 유진그룹 주도로 선임된 김백 사장은 취임 직후 김건희 여사 관련 과거 보도를 줄곧 비판해왔다. 지난 1일 취임식에서 “‘쥴리 보도’가 편파 왜곡 방송의 정점을 찍었다”고 주장한 김 사장은 취임 사흘차인 3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언론의 기본 중 기본인 균형추를 상당히 잃어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내용인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수십 건 보도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지난 5일 사내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신의 대국민 사과 방송 취지를 설명하면서 “YTN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 경영자의 결단에 따른 경영 행위”라며 “그래야 새 출발을 할 수 있고 기업체 광고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파악됐다. 확대간부회의엔 YTN 내 팀장급 이상 50명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YTN이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대해 사과하거나 정권 친화적 방송을 해야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김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과거 YTN의 선거 보도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YTN 측은 17일 “김 사장이 사과방송을 두고 ‘최고경영자 결단에 따른 경영행위이고 그래야 새출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맞지만 ‘기업 광고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사장 발언 논란은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서울 마포구 YTN 사옥 앞에서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진행한 집회에서도 거론됐다. 김 사장이 사과방송을 두고 기업에 무엇을 호소할 수 있다고 했는지 퀴즈 형식으로 등장했다. ‘김백야유회’ 콘셉트의 집회를 연 고한석 YTN 지부장은 “이번 투쟁이 금방 끝날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집회를 하는 김에 조합원들이 웃을 수 있고 힘을 받는 자리를 만들고자 발랄한 자리를 꾸몄다”고 했다.
▲YTN지부는 17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앞에서 ‘김백야유회 1차 집회’라는 이름으로 김백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집회에선 이해할 수 없는 인사·개편으로 현장의 혼란과 과부하가 가중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최근 폐지된 ‘YTN 탐사보고서 기록’을 제작해온 임대용 시사PD는 “프로그램 제작하며 일주일씩 집에 못 들어가도 이렇게 어렵지 않았다”며 “회사에선 (폐지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었다. 면담에서도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지 물어 ‘기록’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는데 시사PD 7명 중 5명이 본래 직무와 무관한 직군에 발령받았다”고 했다. ‘기록’팀 시사PD들은 제작 업무가 없는 뉴스진행 PD 등으로 발령됐다.
YTN지부에 따르면 디지털국 디지털뉴스팀원들은 매일 기획기사 1건과 단신기사 9건을 쓰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보도국에서 신설된 영상본부로 소속이 바뀐 영상기자 A씨는 “개편 뒤에도 영상본부 부장이 보도국 내부 회의에 들어가고 있어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며 “상황이 이러니 영상본부 신설이 SBS 등 민영방송사와 같이 영상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 설립하려는 구실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집회에 동석한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진보·보수를 떠나 안에 있는 구성원들 보기에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KBS에서 벌어진 상황들이 ‘복사·붙여넣기’하듯 YTN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YTN 사측은 미디어오늘에 ‘탐사보고서 기록’ 시사PD의 뉴스진행 담당 발령은 “PD 직군이 PD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무관한 직무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영상본부 부장의 보도국 회의 참석은 “업무 협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뉴스팀 팀원에 대한 기사 작성 지시 관련해선 “사실과 다르다. 더 많은 기사를 작성하자는 독려 차원이며 지시나 강제사항, 가이드는 아니다”라고 했다.
▲YTN지부는 17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앞에서 ‘김백야유회 1차 집회’라는 이름으로 김백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YTN지부 조합원이 김백 사장에 대한 퀴즈를 푼 답안지.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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