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규슈·시코쿠 해협에서 지난 17일 발생한 지진으로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공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혼슈 남쪽에 위치한 해곡을 뜻하는 난카이 트로프는 100~150년 주기로 규모 8~9 이상의 거대지진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19일 NHK는 시코쿠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996년 이래 처음이라며 진원이 거대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위치한다고 보도했다.
“규모 8~9 대지진 발생 확률 80%”…日 휩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공포
난카이 트로프는 일본 시즈오카현 쓰루가만에서 규슈 동쪽 태평양 연안 사이 4000m 해저에 위치한 협곡으로,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접하는 구역을 말한다. 이 협곡을 따라 판의 경계에서는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1년에 수 센티미터씩 가라앉고 있다. 이때 유라시아판도 같이 끌려 내려가면서 에너지가 축적되는데, 판끼리 이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어긋나 튀어 오르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역대 난카이 트로프에서는 모두 규모 8 이상의 거대지진이 발생했다. 1707년에는 후지산 대폭발까지 일으킨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 호에이 대지진이 있었고, 1854년에는 규모 8.6의 안세이 도카이 지진과 8.7의 안세이 난카이 지진이 30시간 간격으로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난카이 트로프 거대지진은 100~150년 간격으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마지막 난카이 트로프 거대 지진이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인 1944년~1946년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앞으로 20~30년 이내 또 한 번의 거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는 규모 8~9의 지진이 앞으로 30년 이내 발생할 확률을 70~80% 확률로 보고 있다. 피해는 동일본대지진을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연안부에는 최대 30m가 넘는 거대 쓰나미가 밀려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사망자는 도쿄가 속한 관동지방에서 규슈까지 32만명 이상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238만여동의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거나 소실되며, 집을 잃은 피난민은 95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후지산이 폭발할 가능성까지 있다. 일본 정부는 피해를 모두 복구하는 데는 일본 전체 예산의 2배가 넘는 220조엔(1997조원)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지진 진원이 난카이 트로프 인근에서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와 언론도 한껏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먼저 지진조사위원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각변동 관측 데이터에 특별한 변화는 관측되지 않지만 거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평상시에도 대비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위원장인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특별한 변화를 나타내는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일 뿐, 언제든 거대지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고 내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기상청도 이번 지진의 규모가 거대지진의 전조증상에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전문가 검토를 실시하기로 했다.
일본 언론은 거대지진에 대한 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상청은 난카이 트로프에 비정상적인 현상이 관측된 경우나 지진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경우 ‘난카이 트로프 지진 임시정보’를 발령한다. 피해 예상지 주민들을 일주일간 고지대로 대피하도록 하는 대비 알림이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주민들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시즈오카현 등 피해 예상 지역 주민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 ‘임시정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내용을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이 32.0%,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31.1%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정 지진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진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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