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도착없음' 텅 빈 정류장…버스 파업에 지하철은 만원(종합)

비까지 내려 출근길 불편 상당…일부는 파업 모르고 출근 나섰다 당혹

시민들, 택시·마을버스 타며 불편 호소…”기사 처우개선 필요” 의견도

'곧 도착없음' 텅 빈 정류장…버스 파업에 지하철은 만원(종합)

총파업 시작에 비어 있는 버스 정류장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이 12년 만에 파업에 들어간 28일 출근길 시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이른 아침부터 비까지 내리면서 불편이 가중됐다.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파업에 돌입한 터라 파업 소식을 모르고 출근길에 나섰다가 당황한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서울 지역 대부분의 버스정류장에는 전광판에 ‘곧 도착없음’이라는 문구가 떴다. 문구 아래로 해당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 번호와 ‘출발대기’라는 안내가 줄줄이 이어졌다.

오전 8시께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황모(56)씨는 버스 파업으로 회사에 지각할까 봐 걱정스러워했다.

마포구청역 인근에서 강서구 화곡동으로 매일 출근한다는 황씨는 “지하철을 타면 세 번은 갈아타야 하고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리는데 큰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에게 버스 파업 소식을 처음 들었다며 당황하는 시민도 여럿 보였다.

강남 고속터미널 인근으로 출근하는 조민상(37)씨는 “뉴스를 잘 안 봐 버스가 파업하는지 몰랐다”며 “정류장 전광판에 운행 예정 버스가 없어서 어리둥절하던 찰나였다”고 말했다.

'곧 도착없음' 텅 빈 정류장…버스 파업에 지하철은 만원(종합)

비상 투입된 셔틀버스

아예 출근을 서둘렀다는 시민들도 보였다. 오전 6시 30분께 종로구 세검정 부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성우(38)씨는 “혹시 택시도 없으면 경복궁역까지 거의 1시간 걸어가야 할지도 몰라서 평소보다 40분 일찍 나왔다”며 “퇴근할 때는 버스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버스를 타지 못한 시민들은 급하게 택시를 잡거나 지하철역으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4개 지하철 호선이 지나는 왕십리역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역사 내에는 ‘이용 고객이 증가해 지하철 역사 및 열차 내부 혼잡이 예상돼 안전에 유의하며 열차를 타달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반복해 흘러나왔다.

면접을 위해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마포구까지 택시를 탄 A(26)씨는 “평소 1∼2분 내로 잡히던 택시가 오늘은 10분이 넘어가도 잡히지 않아 지각했다”며 “버스 파업으로 담당자도, 다른 응시자도 여럿 늦어 그나마 다행” 하소연했다.

'곧 도착없음' 텅 빈 정류장…버스 파업에 지하철은 만원(종합)

서울버스 파업에 혼잡한 지하철역 승강장

자치구에선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배차간격과 노선, 대수를 알리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구민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오전 10시 반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성동구청이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탄 주민 송모(74) 씨는 “은행에서 일을 보고 돌아가려는데 버스가 없었다”며 “셔틀버스가 방금 지나가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출발한다더라”고 말했다.

한양대 과 점퍼를 입은 한 학생은 이 셔틀버스를 탔다가 바로 출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급히 운행 중인 마을버스로 옮겨타기도 했다.

셔틀버스 기사 김경모(74)씨는 “좁은 길을 큰 버스로 30분에 한 대씩 다니는데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번거롭지 않겠느냐”면서도 “파업하는 사람들이 괜히 하겠나”라며 파업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버스의 빈자리에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평소보다 눈에 띄었다. 이태원동에 사는 정모(32)씨는 “버스 파업으로 지하철역까지 갈 방법이 없어져 오늘은 마을버스를 탔다”며 “마을버스마저 파업할까 봐 초조하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시내버스 파업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줄지었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는 “버스 파업으로 결국 지각했다. 택시도 안 잡혀서 결국 걸어서 출근했다”고 적었다.

다른 시민도 비싼 택시를 부르는 바람에 요금이 평소의 배가 나왔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곧 도착없음' 텅 빈 정류장…버스 파업에 지하철은 만원(종합)

성동구청이 운영하는 무료 셔틀 버스

반면 버스 파업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여럿 보였다.

한 이용자는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최근 5년간 버스 기사 연평균 임금 인상이 2.98%에 그친다고 한다”며 “버스 노동자를 지지한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도 “버스 기사들이 근무 강도에 비해 높지 않은 임금에 운행 중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등 중노동을 한다고 들었다”며 “(처우 개선을 위해) 당장 며칠은 불편하겠지만 참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버스노조는 이날 오전 2시 20분께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오전 4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전체 서울 시내버스(7천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천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서울버스노조의 파업은 2012년 20분간의 부분 파업 이후 12년 만이다.

(박형빈 김정진 이율립 최원정 기자)

[email protected]

News Related

OTHER NEWS

황일봉 전 광주 남구청장 "정율성 기념사업 추진 사죄"

정율성 사업 철회 촉구 집회 참석한 황일봉 전 회장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이자 전 광주 남구청장은 28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범 정율성 기념사업을 추진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 Read more »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대입 준비, 기본에 충실한 ‘적기교육’이 정답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되었다.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물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 Read more »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서울 도봉구,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 완료…보행로 확장·조명 설치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지난 24일 우이천 제방길 정비공사 현장을 주민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우이천 제방길 정비 공사를 완료하고 ... Read more »

허재현 기자 "최재경 녹취록, 신뢰할만한 취재원에게서 확보"

검찰 피의자 조사…”공수처에 검찰 관계자 고소” ‘대선 허위보도 의혹’ 허재현 기자, 검찰 피의자 조사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이도흔 기자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 Read more »

‘담배 모르는 세대’ 세웠던 뉴질랜드…세수 모자라 금연법 철회

한 남성이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다음 세대 완전 금연을 목표로 한 뉴질랜드의 야심적인 금연 대책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27일 출범한 뉴질랜드의 중도 우파 국민당 주도의 연정은 2009년 1월1일 ... Read more »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수억 광고 수익 숨기고 해외 여행 유튜버’, 재산 추적한다 김동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지능적 재산은닉 고액 체납자 집중 추적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유명 유튜버 A씨는 매년 수억 ... Read more »

식사 직후 '과일' 먹는 습관…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매일 과일을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과일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몸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사 후 곧바로 과일을 먹는 습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 Read more »
Top List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