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는 320층인데 삼성이 290층 쌓고 ‘이겼다’선언한 이유 [위클리반도체]

경쟁사는 320층인데 삼성이 290층 쌓고 ‘이겼다’선언한 이유 [위클리반도체]

삼성전자와 초고층 빌딩 생성형 이미지. 매경DB

삼성전자가 이번주 세계 최초로 290단을 쌓아올린 낸드플래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말 그대로 반도체계의 ‘부르즈 칼리파’를 완공했다고 볼 수 있죠.

헌데 이 최고층 기록은 그리 오래가진 못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이미 300단 이상 제품 양산을 준비중이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의 제품을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압도적 기술’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단지 몇 개월 짜리 ‘최고층’ 왕좌에 머물게 분명한 이 제품이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을까요?

그 비밀에 대해 이번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0년만에 300단 초고층 시대의 문이 열렸다

경쟁사는 320층인데 삼성이 290층 쌓고 ‘이겼다’선언한 이유 [위클리반도체]

삼성이 2013년 발표한 최초 적층 방식 낸드. 자료=삼성전자

‘초미세’를 다투는 반도체의 세계지만 그 안에서 역설적으로 ‘초고층’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낸드플래시 시장입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주로 데이터 장기 보관의 역할을 담당하죠.

낸드플래시는 각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 때문에 메모리 업계에서는 최근 초고층 낸드 쌓기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낸드플래시는 1층 주택이 일반적인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점점 미세화가 진행되자 좁아진 셀 간에 전자가 누설되는 간섭현상이 문제가 됐습니다. 말 그대로 포화상태가 된 거죠.

삼성전자는 건축에서 이를 돌파할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2013년 전세계 최초로 24층짜리 낸드를 쌓아 올렸죠.

이후 100층 가깝게 쌓아 올릴 때까진 삼성전자는 초고층 신기록을 도맡아서 매년 세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하면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자들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죠. 96단 고지는 SK하이닉스가 2019년 먼저 양산하는 데 성공합니다.

특히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양강 구도였던 판에 미국 마이크론이 2022년 7월 기습적으로 200단 이상 낸드를 출하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는 같은 해 11월 23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그해 8월 238단 낸드 신제품을 공개해 주목받았습니다. 이어 1년 만에 321단 낸드 개발에도 성공했죠. 다만 곧바로 양산까지 들어가진 못했습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양산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삼성 290단 9세대 V낸드 양산…“비트 밀도 1.5배 확대”

경쟁사는 320층인데 삼성이 290층 쌓고 ‘이겼다’선언한 이유 [위클리반도체]

삼성 9세대 V낸드. 자료=삼성전자

300단급 제품 양산에 가장 먼저 성공한 건 삼성전자였습니다.

지난주 업계 처음으로 ‘1Tb(테라비트) TLC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세대 V낸드는 현재 주력인 236단 8세대 V낸드의 뒤를 잇는 제품으로 적층 단수가 290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단순히 높기만 한게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1Tb TLC 9세대 V낸드는 업계 최소 크기 셀과 최소 몰드 두께를 구현해 ‘비트 밀도’(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 수)를 이전 세대 대비 약 1.5배로 확대하며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갖췄습니다. 이 제품의 비트 밀도는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와 함께 9세대 V낸드는 저전력 설계 기술을 탑재해 이전 세대 제품보다 소비 전력이 약 10% 개선됐습니다.

남들 ‘삼 단 뛰기’ 하는 거리를 두 번 점프 만에 잡았다

전문가들이 이번 삼성 제품이 초격차로 꼽는 이유는 바로 ‘더블 스택’ 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업계는 낸드가 100층이 넘어가면서 한 번에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쌓는 것에 기술적 한계가 찾아왔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신 묶음 형태로 쌓은 다음 이를 다시 합쳐 완성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한 묶음을 ‘스택’이라고 부릅니다.

삼성전자가 더블 스택으로 290단 제품을 만들었다는 건 150층 가까운 두 개 의 스택을 하나로 조립했다는 의미입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72단 제품부터 더블 스택을 적용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는 128단까지 싱글 스택을 유지하다가 176단부터 더블 스택을 적용했습니다.

스택은 적을수록 제조 원가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셀을 스택별로 더 많이 나눠 생산한다는 것은 추가적인 공정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이는 제조 시간과 비용 증가를 야기해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가격 경쟁력도도 떨어지죠. 삼성이 최대한 높게 싱글 스택을 유지해온 이유입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300단 제품 양산에서 ‘트리플 스택’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멀리 뛰기로 비유하자면 경쟁사가 삼 단 뛰기를 해서 도달하는 거리를 삼성은 두 번의 점프만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죠.

내년엔 300단대 낸드 건너뛰고 400단대 직행 예정

경쟁사는 320층인데 삼성이 290층 쌓고 ‘이겼다’선언한 이유 [위클리반도체]

매경DB

삼성전자의 9세대 V낸드 양산은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고용량·고성능 낸드 수요가 확대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매출은 2023년 387억달러에서 2028년 1148억달러로 연평균 2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버 기업들의 AI 서버 구매가 늘면서 기업용 SSD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영상·음성 등의 데이터로 훈련 방식이 진화하면서 텍스트 기반의 데이터보다 더 큰 저장 용량이 필요해 SSD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더 무서운 건 삼성이 아직 한번 더 뛸 수 있는 점프가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삼성이 다음 제품에서 트리플 스택을 적용하면 300단을 껑충 뛰어넘어 단숨에 400단 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쟁사들과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V9 출시 이후 내년엔 400단대 제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 430단 낸드플래시인 10세대 V낸드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쟁사는 320층인데 삼성이 290층 쌓고 ‘이겼다’선언한 이유 [위클리반도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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