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이 중국 선수의 우승을 위해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모습이 포착돼 승부 조작 의혹이 일었다. 중국의 마라톤 신기록을 위해 ‘페이스메이커’로 뛰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15일(현지시각) CNN,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중국 허제(25)는 지난 14일 ‘2024 베이징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1시간3분44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케냐의 로버트 케터와 윌리 음낭가트, 에티오피아의 데제네 하일루 등 아프리카 선수 3명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허제보다 1초 늦은 기록이다.
그러나 경기 이후 ‘승부조작’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기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면서다.
영상을 보면 앞서 달리던 아프리카 선수 3명이 뒤를 돌아 허제를 확인하고는 동시에 속도를 늦춘다. 허제의 옆에서 달리던 윌리 음낭가트는 결승선을 100여m 남겨두고 허제에게 먼저 가라는 듯한 손짓을 하기도 했다.
이를 본 중국 누리꾼들은 “외국 선수들은 허제와 경쟁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다” “이런 챔피언은 전혀 영광스럽지 않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기가 ‘자본 싸움’의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스포츠에 자본이 닿기 시작하면 스포츠는 더 이상 순수하지 못하게 되고, 선수들은 피해자가 된다”며 “조직위는 이번 베이징 하프마라톤 결과에 대해 신속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응낭가트 선수는 BBC에 “이 경주는 내게 경쟁이 아니었다”며 “내 임무는 속도를 설정하고 허제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기록을 깨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허제의 마라톤 신기록을 위해 ‘페이스 메이커’로 뛰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은 특별 조사팀을 꾸려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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