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에 묶인 시총 8.2조…증시 힘 빼는 기업 퇴출 강화

금융당국, 상폐기간·절차 단축…’당근’ 강조한 밸류업 보완하나

이복현, ‘퇴출 기준’으로 주주환원 등 거론하며 기업들 긴장

'거래정지'에 묶인 시총 8.2조…증시 힘 빼는 기업 퇴출 강화

코스피, 사흘만에 반등 2,650선 회복…코스닥도 올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채새롬 오지은 기자 =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장사들에 대한 거래정지 상태가 수년씩 늘어지면서 8조원이 넘는 자금이 시장에 묶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긴 거래정지 기간이 증시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절차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상장폐지 절차 개선안은 ‘밸류업’ 프로그램과 별도로 검토되고 있지만, 기업가치가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시장 퇴출’ 압박 강도가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을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 상장폐지 사유 발생 거래정지 종목 71개·시가총액 8.2조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자본잠식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나 개선기간이 부여돼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는 71개 사로(유가증권시장 17개사·코스닥 54개사) 집계됐다.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8조2천144억원에 달한다.

주성코퍼레이션[109070](2020년 3월 거래정지), 청호ICT[012600](2021년 3월 거래정지), 코스닥시장에서 아리온[058220](2020년 3월 거래정지), 이큐셀[160600](2020년 3월 거래정지) 등 회사가 3∼4년 가까이 거래정지된 상태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바로 상장폐지를 시키는 게 아니고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면밀히 거쳐 증시에서의 퇴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심제(기업심사위원회→상장공시위원회), 코스닥시장에선 3심제(기업심사위원회→1차 시장위원회→2차 시장위원회)로 실질 심사가 이뤄진다.

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회사 재무 건전성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한다.

문제는 이 개선 기간이 현재 코스피는 최장 4년, 코스닥은 2년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에서 털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부실기업을 방치할 경우 자칫 주가 부양이나 머니 게임 등에 휩쓸리면서 전체 시장 건전성을 흐릴 가능성도 있다.

◇ 상장폐지 절차·요건 강화…증시 자금 선순환 도모

이에 금융당국은 코스피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상장폐지 절차를 현재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정지 기업에 과도하게 묶인 자금이 새로운 기업에 투자돼야 증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절차 단축과 함께 상장 유지 요건 강화도 같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상장폐지 기간이나 절차를 단축하는 것은 올해 추진할 주요 내용으로 보고 있고, 상장폐지 요건 개선도 같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는 ▲ 정기보고서 미제출 ▲ 감사인 의견 미달 ▲ 자본잠식 ▲ 거래량 미달 ▲ 지배구조 미달 ▲ 매출액 미달 ▲ 시가총액 미달 등과 관련한 기준을 상장폐지 요건으로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년 연속자본잠식률 50% 이상이거나 2년 연속 매출액 50억원 미만. 시가총액 50억원 미달이 30일간 지속돼 관리종목 지정 후 90일 내 해당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경우라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그간 시장에서 이러한 요건들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일부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정지'에 묶인 시총 8.2조…증시 힘 빼는 기업 퇴출 강화

이복현 금감원장

◇ ‘밸류업’과 맞물려 주목…’채찍’ 역할 할까

특히 이번 상장폐지 절차 단축 및 요건 강화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더 비상한 관심을 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것을 주문하는데, 이를 기업 자율에 맡기다 보니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센티브만 있고 페널티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금융당국이 상장폐지라는 ‘센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강제성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장폐지 절차 개선은 별도의 정책으로 추진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밸류업과 상장폐지 절차 단축은 별도로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밸류업은 페널티 없이 인센티브 중심으로 운영돼 기업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장폐지 개선안은 경우의 수에 따라 기업에 밸류업 관련 압박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이 ‘주주환원’이라는 기준을 예로 들며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거래소 퇴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시장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맹탕 밸류업’ 지적에 이 원장이 직접 나서 상장사 압박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업들도 밸류업에 사실상 ‘페널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긴장하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2차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봐야 할 것 같다”며 “기업은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데, 주주환원 등의 특정 지표를 상장폐지 요건으로 볼 경우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 강도는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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