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의원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이번 총선 백서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 등 총선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각 조직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셨던 분들에 대한 시각도 담을 계획입니다.”
조정훈 서울 마포구 갑 당선인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선거사무소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4·10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전 위원장이 보는 문제점 등을 함께 논의해 백서에 담겠단 취지다. 조 당선인은 현재 국민의힘의 총선 패인 분석을 위한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총선 백서 방점은 다시 이기는 정당”
조정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의원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조 위원장은 총선 백서 제작을 위해 이번 총선에 출마했던 지역구 후보 254명에게 무기명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한 전 비대위원장과 정 전 공관위원장 등과 심층 면담을 하고, 이들의 목소리 역시 백서에 담는다는 게 조 의원의 구상이다. 평가 대상이 될 ‘한동훈 비대위’의 비대위원들은 총선 백서 TF엔 참여하지 않는다.
조 위원장은 “설문조사 결과는 그대로 들어갈 것”이라며 대통령실이나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여과 없이 백서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다시 이기는 정당이 될까, 어떻게 하면 ‘수도권에서 잃어버린 5%를 찾아올 수 있을까’가 방점이 될 것”이라며 “당 대표 선거 전에는 주요 결과를 발표하려 한다. 1, 2차로 나눠서 발표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고, 우리는 질 이유가 많았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다”며 “패배 요인을 하나로 수렴하긴 어렵고, 한 인물로 수렴하긴 더욱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저도 정치생명을 걸고 한 합당이고, 정치생명을 걸고 한 선거였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며 “내 집을 내가 바꾼다는 느낌으로 백서를 써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599표 차 당선…“무거운 책임감 느껴”
조정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의원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조 위원장은 보수 정당의 ‘험지’ 중 하나인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서 599표(0.6%P) 차로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조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총 4만8342표를 얻었다. 이는 투표율 84.6%를 기록했던 12대 총선 이후, 보수 정당 후보가 서울 마포갑 지역에서 얻은 최다득표기도 하다.
조 위원장은 ‘격전지’에서의 승부였지만, 조마조마했던 순간보단 유권자들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고 했다. 공덕시장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중 만난 아기 엄마가 퇴근 후 바로 온 듯한 복장으로 딸기 한 팩을 집을까 말까 여러 번 고민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차마 명함조차 건넬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조 위원장은 “진짜 민생이 어렵구나, 정치를 똑바로 해야겠구나란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선거 운동 기간 초반 출퇴근 시간엔 명함을 주었지만, 시민들의 얼굴에 담긴 인생의 무게감과 피로감을 보고 나선 인사만 건네는 것으로 바꾸었다고도 했다.
조 위원장은 “어느 날 출근길엔 한 시민 분께 악수를 하려고 다가갔는데, 막 뛰어 가시더라. ‘날 싫어하시나’ 하고 달려가시는 방향으로 돌아봤는데 ‘열차가 곧 도착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라며 “그래서 나중엔 열차가 곧 도착한다고 하면 ‘열차 꼭 타시길 바라요’라고 인사만 드렸다. 놓치면 엄청 짜증 나는 마음은 저도 그랬고 모두가 아니까”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이 공덕동의 봉제공장을 찾았을 땐 “빨간 점퍼를 입고 여길 와?”, “용감하네” 등의 반응도 따라왔다. 공덕동에 100개가 넘는 봉제 공장에선 야간작업이 많이 이뤄진다. 조 위원장은 “저녁 8시, 9시, 10시, 11시, 12시, 공장 하나하나씩 찾아갔었다. 그런데 공장이 반지하부터 1, 2, 3층이 다 다른 공장이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보면 허벅지가 상당히 굵어진다”며 웃었다.
조 위원장은 그러면서 “사전투표가 끝나고 인사를 드릴 때 ‘그때 우리 공장에 왔었잖아요’라며 기억해 주시는 분을 만났을 땐 정말 감사했다”고 했다.
또 선거 기간 동안 조 위원장의 ‘플로깅(Plogging)’도 지역에서 회자했다. 플로깅이란 ‘줍다’란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p)’과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것을 뜻한다. 조 위원장은 선거 기간 지지자들과 함께 플로깅을 하며 지역을 누볐고, 상점 주인들 사이에선 “조정훈이 청소하고 갔다”는 얘기가 퍼지기도 했다. 이에 조 위원장은 “시대전환에 있을 때도 제가 살던 동네에서 플로깅을 했었다”면서도 “기대 이상의 효과였다”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기쁜 마음보단 전투에선 이겼지만 전쟁에서 진 느낌”이라며 “살아남은 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쁨은 30분 정도였고, 그 뒤로는 고민과 준비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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