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에서 “지난 대선에서 많은 표를 줬던 유권자들에게 사죄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왔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다.
이번 세미나는 국민의힘 총선 참패 뒤 열린 첫 당내 ‘반성 세미나’다. 자리에 참석한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 참패 이후 처음으로 평가하는 자리라고 해 놀랐다”며 “국민의힘은 아직도 편안하게 주무시는 분이 많으시구나”라고 했다. 이날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는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당선자와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자를 비롯해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박 평론가, 서성교 건국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30명이 앉을 수 있는 세미나 장소에 취재진을 비롯해 100여 명 가깝게 몰렸지만 윤 의원을 비롯해 당선자는 총 3명만 참석했다. 참석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반성회’를 못 열 거라면, 이런 세미나에 와서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했다.
세미나 초반부터 총선 패배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신뢰 관계가 깨졌다는 점이 지목됐다. 김용태 당선자는 “국민이 윤 대통령을 뽑은 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는, 공정함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였다”며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법의 잣대를 평등하게 적용한다는 믿음을 줬다면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 같은 범죄 피의자들은 그림자처럼 그 힘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대통령실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당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박 평론가는 “친윤 인사들이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어떻니 하는 이야기는 국민한테 혐오감만 불러일으킨다”며 “(당은) 윤 대통령과 정을 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국민의힘을 바라본다”고 했다. 또 “국민의힘이 아니라 ‘영남의힘’이다”라며 “이번에 전당대회는 영남 의원들은 안 나왔으면 한다”고 하자 박수가 나왔다.
반성하지 않고 ‘조기 전당대회’로 넘어가려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재섭 당선자는 “조기 전대를 통해서 지금 여러 가지 산적해 있는 문제를 그냥 덮을 게 아니라 처절한 반성을 통해 백서를 먼저 만들어야 된다”며 “(조기 전대는) 쓰레기가 집에 어질러져 있는 상황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니라, 쓰레기가 보이지 않게 이불을 덮어놓는 꼴밖에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2일 당선자 총회를 열어 전당대회 준비용 ‘실무형 비대위’를 꾸리고,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윤 의원은 “윤재옥 원내대표를 추대하는 건 반대한다”며 “당원분들이 우리 당 지도부, 국회의원, 핵심에 있는 사람들을 폭파해야 할 때다”라고 했다. 기존 체제 그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가 보수 재건의 마지막 기회다”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이 당은 백서를 만들 용기도 리더십도 없다”며 “야당일 때는 당대표로 젊은 이준석이라도 뽑아서 극복도 해 보고, (이명박 대통령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 극복도 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다”고 했다. 이어 “백서는 못 만들지라도 반드시 두 가지는 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룰을 ‘국민 100%’로 바꾸고, 지도부 구성을 ‘집단 지도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박 컨설턴트는 “지금처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단일 지도 체제로 두면 당이 대통령을 상대 못 한다”며 “1~5위가 다 같이 지도부에 들어와야 (지도부 무게감이 커져) 대통령실이 당을 함부로 못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문제를 들어 당원 100% 투표를 고집하는데, 과거 보수 정당은 오히려 열려 있었다. 100%가 두렵다면 50%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딱 1석 졌는데 그 결과는 탄핵이었다”며 “대통령실이 위기감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에 대해서도 “본인 한 사람만 당선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정치인이 너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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