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파이골프를 개발한 파이네트웍스의 김영훈 대표. /더비비드
홈 스포츠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관련해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가정용 골프 시뮬레이터 ‘파이골프’를 만들어 미국 TV 프로그램까지 소개된 파이네트웍스 김영훈 대표를 만났다.
◇’도강’까지 하게 만든 컴퓨터 사랑
파이골프는 ‘센서’를 연습봉이나 골프채에 끼운 후 전용 앱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내 스윙 모습이 스마트폰 화면에 그대로 구현된다.
스마트폰을 TV에 미러링 하면 스크린 골프장에 온 것 같다. 연습 모드로 연습을 할 수도 있고, 게임 모드로 지인들과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판매량 20만개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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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대표가 파이골프를 시연하는 모습 /파이네트웍스
김영훈 대표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컴퓨터를 더 사랑했다. ‘컴퓨터’라는 개념이 이제 막 대중화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대학 4학년 때 컴퓨터 학원에서 몰래 수업을 들었어요. 그동안 몰랐던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죠. 그러다 버스에서 학원 강사를 만나 ‘선생님 수업을 몰래 듣고 있노라’ 실토했는데요. 저를 재밌게 보셨는지 수업을 계속해서 듣게 해주셨어요. 그렇게 두 달 간 공부하고 컴퓨터 전공으로 대학원 시험을 쳤는데 덜컥 붙었어요. 컴퓨터 관련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됐죠.”
석사 졸업 후 중견 증권사에 입사해 정보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엔지니어로 일했다. 적성에 맞았고 재미도 있었지만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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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였던 골프와 전문 분야인 IT의 접목
경험을 살려 증권 관련 정보처리 회사를 차렸다. 이후 전자상거래 백오피스 업체를 공동창업했다. 주문 관리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어 소셜커머스 판매자들에게 보급하는 일을 했다.
파이네트웍스는 세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2004년 골프 기록을 분석해주는 서비스 기업으로 시작했다.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는데 골프와 IT를 결합한 창업 아이템이 떠오르더라고요. 앞서 두 번의 창업을 경험하면서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인프라를 만들면 비즈니스가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골프는 홀의 지형, 거리, 경사, 스윙의 강도·궤도 등 여러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그런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스포츠예요. 골프를 IT로 풀어낸 서비스를 하면 경쟁력 있겠다 생각했죠.”
2009년부터는 스마트폰 대중화 흐름에 맞춰 골프 관련 앱을 여럿 개발했다. 골프 종합솔루션 앱 ‘골프나비’가 대표적이다. 일일이 골프장에 방문하거나 조사해 만들어 구현한 정확성으로 골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골프나비는 삼성 갤럭시 기어 S 시리즈에 탑재되기도 했다. 2015년엔 삼성전자와 프리미엄 파트너십을 맺고 갤럭시 기어 S2 전용 앱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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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온 스크린 골프장
(왼쪽부터) 파이골프 센서와 센서를 골프봉에 끼우는 모습. /파이네트웍스
골프나비 성공 이후 골프 앱 경쟁이 치열해졌다. 2011년 김 대표는 홈 스크린 골프에 주목했다. “예전엔 골프를 치려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스크린 골프장이 도심 곳곳에 생기면서 골프 문화가 대중화 됐죠. 이 흐름대로라면 머지 않아 골프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을 거라 봤어요.”
제품을 처음 구상하고 시장에 내놓기까지 7년이 걸렸다. “반도체 기반 하드웨어, 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 갖춰야 할 것은 많은데 기업 규모가 작아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자금이 부족하니까 제대로 제휴를 맺을 수 없었고 당연히 결과도 열악했죠. 하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적합한 기술 파트너를 찾느라 애를 먹었어요.”
골퍼의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 연구에 주력했다. 중력을 이용해 움직임을 측정하는 ‘자이로 센서’를 개발했다. “스윙에 방해되지 않도록 9.8g 무게로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일반 골프채나 연습봉에 센서를 꽂고 전용 앱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에 내 스윙 궤도가 그대로 재현되죠. 분석 결과를 통해 자세를 교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연습이 지루해지지 않도로 재미 요소를 넣기로 했다. “골프 게임의 즐거움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어요. 골프를 도 닦는 것처럼 배우면 즐기기 힘들거든요. 개인 실력에 맞춰 게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제 라운딩처럼 최대 4명이 함께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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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판 TV 프로그램에서도 소개
미국 NBC 인기 TV 쇼인 ‘켈리 클락슨 쇼’에 소개된 파이골프 /파이네트웍스
재미 요소를 더하기 위해 2019년 ‘탑골프(Topgolf)’와 제휴하는 데 성공했다. 탑골프는 2500만명 사용자를 확보한 골프 게임 WGT를 개발한 회사다. 파이네트웍스는 탑골프와 독접 공급 계약을 해 ‘파이골프 WGT 에디션’를 만들었다. “탑골프는 ‘골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골프문화복합공간을 운영하는 미국 회사예요. 잠실종합운동장 크기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를 치고 파티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죠. 이 회사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을 ‘손 말고 온몸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좋아하더라요.”
파이골프 WGT 에디션을 실행하면 페블비치, 세인트앤드루스, 울프크릭 등 세계 유명 골프 코스가 화면에 재현된다. “최대한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3D 그래픽 개발에 큰 공을 들였어요.”
온라인몰에 내놓자 대박이 났다. 북미, 유럽,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도 인기다. PGA(미국남자프로골프투어) 현역 선수도 대회 전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NBC 간판 TV 프로그램인 ‘켈리 클락슨 쇼’에 소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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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포츠로 단절된 소통 극복 꿈
각종 박람회 등에서 파이골프를 소개하는 김영훈 대표. /파이네트웍스
파이네트웍스는 야구, 탁구 등 다른 종목도 홈 스포츠로 구현해낼 계획이다. 연령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홈 스포츠를 만드는 게 목표다. “건강과 행복을 가정에 배달하자는 게 우리 회사 비전이에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되는 반면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어요. 집에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보는 시대예요. 영화나 드라마도 이젠 각자 즐기죠. 반면 파이골프 같은 게임을 하려면 대화를 해야 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스킨십을 해야 해요. 홈 스포츠가 소통이 단절된 가정에 대화와 함께 즐길거리를 가져다 준다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치열하게 준비해 창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없던 걸 만든다는 건 짜릿한 경험입니다. 그런 맛에 사업을 해온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제 일을 즐겼는데도 10년을 고생했어요. 나름 자신 있는 분야였고 재미도 있었는데 준비는 덜 돼 있었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수도 없이 생겨요. 핵심 인력이 빠져도 회사가 굴러갈 수 있게 백업 플랜을 만들어두거나, 실력 있는 파트너를 빨리 만나든가 어떻게 해서든 해결책을 강구해 내야만 하죠. 이런 각오로 만반의 준비를 해뒀다면 도전해보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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