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196억 상속 승소했는데 돈은 어떻게?"…대법 "위임보수 줘야"

1·2심 원고 패소…”재산관리인 없는 상속 관련 법률행위 무효”대법 파기환송 “성공보수 계약 무효라도 위임계약 무상 아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19.2.1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북한 주민들로부터 상속 재산 규모가 196억 원에 이르는 사건을 수임했지만 보수를 한 푼도 받지 못한 변호사가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북한 주민이 재산관리인을 거치지 않고 상속 사건의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성공보수 계약은 무효이지만, 사건을 위임한 데 대한 보수는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 법무법인이 B 씨와 C 씨를 상대로 낸 보수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2012년 3월 사망한 D 씨의 상속인은 이듬해 4월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했다.

D 씨의 자녀들인 B 씨와 C 씨는 북한 주민으로, 제3자를 통해 A 법무법인과 위임약정·보수약정을 체결하고 국내에서 친생자존부확인 소송,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 등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8년 B 씨 등과 D 씨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 항소심에서 상속인들 간 화해가 이뤄져 B 씨 등은 196억 원 상당의 상속재산을 분할받았다. A 법무법인은 보수약정에 따라 상속분의 30%에 상응하는 58억 8700만 원을 성공보수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남북가족특례법 15조는 북한 주민이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고 상속·유증재산 등에 관해 한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A 법무법인과 B 씨 등 사이에 체결된 보수약정과 위임약정 모두 무효라는 취지다.

2012년 제정된 남북가족특례법은 북한 주민이 우리 법원을 통해 선임된 재산관리인을 통해 국내 재산을 관리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됐다. 헌법상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법률에 따라 상속권이 인정되지만, 재산 반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자금 유출의 우려도 있어 이같이 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수약정이 무효라고 해서 위임약정이 무상의 위임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는 경우, 따로 무보수로 맡기기로 하지 않았다면 양측 간에 묵시적으로 ‘사건 위임에 대한 보수를 지급한다’는 약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북한 주민인 피고들로서는 아무런 보수를 지급하지 않고 원고에게 사건을 위임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원고에게 어느 정도의 보수를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남한 내 상속재산을 회복하려면 원고와의 위임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가 된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피고들의 상황과 남한 내 상속재산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이 사건 보수약정이 무효라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추후 선임될 재산관리인을 통해 보수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 보수약정 없이 먼저 위임계약만을 체결하는 것을 용인할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환송 후 원심은 위임약정에 대한 보수액을 사건 수임 경위, 사건 경과와 난이도, 소송물 가액, 승소로 인해 당사자가 얻는 구체적 이익, 의뢰인과 변호사 간 관계, 기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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