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나선 의사들 “2천명 증원 고수 땐 이탈 더 늘 것”

거리 나선 의사들 “2천명 증원 고수 땐 이탈 더 늘 것”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에서 의사 3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본심은 의료개혁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총선을 겨냥한 지지율 상승이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과 고발 등 절차 개시를 하루 앞둔 3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자 쪽 추산 약 4만명(경찰 추산 1만명)이 모였는데, 의사 회원과 의대생은 물론, 의대생 자녀를 둔 학부모 등도 집회에 참여했다.

연사로 나선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의 문제점을 짚으며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은 의사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사들이 병원의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가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왜 갑자기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려야 하는 거냐. 이는 정치적 계산일 뿐이지 국민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흰 글씨로 ‘원점 재검토’, ‘의대증원X’라 적힌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과학적 수요조사 폐기하라’, ‘준비안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등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 집회 참석을 위해 광주·전남·대구·인천·강원·전북·경북·경남·충북 등 전국 16개 시·도지회에서 전세버스를 빌려 상경했다. 경찰은 집회 질서유지를 위해 경력 3300여명을 투입했다.

연사로 나선 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은 현재의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의료의 질이 저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차기 회장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력을 잘 양성하고 인력을 잘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적인 팽창은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 회장은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을 망칠 것”이라며 “문제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억원의 배상 판결로 전공의들이 자신들이 공들여 공부해온 전공 진료를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국민 불편과 불안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전공의를 포함해 비대위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행정처분 등 조처 이후에도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집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생과 전공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굉장히 많이 오셨다”며 “오늘 이 행사는 전체 의사들의 의지의 표현이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향후 대응에 따라 우리도 대응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생각한 길에서 경로 이탈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고수하면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의사를 한꺼번에 다 포기할 것 같다. 필수의료 담당하는 의사들의 이탈이 더 커질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리 나선 의사들 “2천명 증원 고수 땐 이탈 더 늘 것”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모여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에서 의사 3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곽진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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