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 닫는다고 전공의 돌아오나”…전면휴진 우려하는 의사들

“병원 문 닫는다고 전공의 돌아오나”…전면휴진 우려하는 의사들

5월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나오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서울 5대 대형병원이 집단 휴진을 결의하고, 오는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궐기대회에 나서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 의사 총파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의료공백 사태를 풀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은 정작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마당에 환자를 등지면서까지 휴진에 나서는 게 무슨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개별 진료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오는 18일로 예정된 의협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18일 총파업에는 참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병동에 가득 찬 아픈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최 회장은 “아동병원협회 소속 병원마저 휴진하면 아픈 아이들은 오갈 데가 없고, 분명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전국 130여 곳의 아동병원이 소속된 단체다. 아동병원은 달빛어린이병원과 별개로 야간과 휴일 등 취약시간대에 경증 및 중등증 응급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협 총파업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힌 의료 단체들은 아동병원협회뿐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전국 분만 병·의원 140여 곳이 속해 있는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최근 온라인 임원 회의를 열고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분만 등 필수의료는 휴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수술에 필수적인 마취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로 구성된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파업에는 참가하지만, 필수 분야의 마취 진료는 지속하기로 했다. 마취과 의사들이 업무를 중단할 경우 외과계 수술의 일괄 셧다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도 휴진에 참여하지 않는다.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는 일정한 혈중 농도로 항뇌전증약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약 투여가 안 되면 심각한 경련이 발생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약물을 투여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일반인의 50배 이상 높아진다. 협의체는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인해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봐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없고 치료하지 않는 의사들은 처방하기 어려우며, 일반 약국에서는 대부분 약물을 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협의체 위원장은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맡고 있다.

의협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갔다. 협의체는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봐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고 직격했다.

“병원 문 닫는다고 전공의 돌아오나”…전면휴진 우려하는 의사들

14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비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 일각에선 휴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일 계속되지만 병원들의 동참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 ‘빅5’ 병원마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전면 휴진에 돌입한다. 오는 17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는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18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이 진료를 쉰다. 세브란스병원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선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 교수 단체도 18일 휴진 참여 의사를 표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전공의를 지켜야 한다고 피력한다. 휴진 철회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정부 행정처분의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상시적 의정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요구도 나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을 향해 다양한 명령을 동원하는 대신 긴 안목으로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와는 무관하게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정부가 모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상시적 의정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위해 의료계와 정책 결정권자가 아무런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먼저 만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비대위는 중증·희귀질환자들에게 사과하면서 중증·희귀질환 진료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단 집단 휴진을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비대위에는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들이 속해 있다.

비대위는 이번 휴진 결정에 대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대병원 내부에서도 휴진의 명분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병원을 등진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백지화 등을 내건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조건을 수용할 뜻이 없다. 전공의들이 협상이 아닌 조건 수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병원 문을 닫고 총파업을 한들 전공의가 돌아오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지적이다.

“병원 문 닫는다고 전공의 돌아오나”…전면휴진 우려하는 의사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투쟁선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소속 A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명분 없는 파업이라며 불만을 갖고 병원 내 강성파에 반기를 드는 의사들이 있다”며 “의사는 환자만 잘 보면 되는데 대의를 위해 단체행동에 함께해달라는 요구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개혁 추진을 잘못했다는 데 거의 동의한다”면서도 “전공의가 사직한지 4개월이 넘은 시점에서 교수들이 나선다고 해서 이들이 돌아올 것 같지 않다. 명분 없는 집단행동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개원의들의 집단 휴진 참여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4일 기준 각 지방자치단체에 18일 휴진하겠다고 신고한 의료기관은 전체 3만6371곳 중 4.02%인 1463곳에 그쳤다. 집단 휴진에 대해 ‘압도적 지지’가 있었다는 의협의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의료기관에 진료명령을 발령했다. 또 휴진을 하려면 13일까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하라고 명령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집단행동 예고일인 18일 당일 집단휴진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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