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채 매입 줄여 슈퍼엔저 방어 나서
중앙銀 월 1조엔 감액 전망
엔저 지속에 수입물가 자극
시중자금 줄여 금리 올릴듯
정부 구체적 방안 발표미뤄
달러당 엔화값 계속 뒷걸음
日, 국채 매입 줄여 슈퍼엔저 방어 나서
엔화 가치 약세로 물가 불안을 겪고 있는 일본이 엔저에 대해 대응에 나섰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시중 금리 인상을 유도해 엔화 가격 상승으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14일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0~0.1%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그 대신 매달 6조엔(약 52조9000억원) 수준인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채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예견 가능한 형태로 감액해 갈 것"이라며 "앞으로 1~2년간의 구체적인 감액 계획은 시장 참가자 의견을 청취한 뒤 다음달에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부터 '아베노믹스' 일환으로 '양적·질적 금융 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이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장기 국채 대량 매입이다. 2016년에는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까지 시작했다. 이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1%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조절한 것이다. 국채 금리가 1%를 넘을 때마다 일본은행이 이를 모두 시장에서 거둬들였기 때문에 금리 제어가 가능하게 됐다.
두 정책이 겹치면서 일본은행의 국채 잔액은 2013년 3월 94조엔에서 지난해 말에는 6배인 581조엔까지 급증했다. 국채 발행 잔액에서 일본은행의 보유 비율은 54%에 달한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통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YCC 정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장기 금리가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월 6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을 이어왔다. 다음 회의가 7월 말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일본은행은 이달과 다음달 모두 월 6조엔 상당의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장에서는 매입 규모를 5조엔 정도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양적 긴축에 들어서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 매도, 달러 매수) 영향으로 달러당 엔화 값이 한때 160엔까지 급락하는 등 엔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엔저는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일본 경제 물가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은행의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달러당 엔화 값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158.14엔에 거래되며 지난 5월 초 일본 정부의 외환 시장 개입 수준까지 떨어졌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0.04%포인트 내린 0.925%를 보이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