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매진하자는 선언

“SK그룹(이하 SK) 리밸런싱엔 기술·제조 기업으로서 다시 본업에 매진하겠다는 선언이 담겨 있다. SK는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2016년부터 국내외 기업들을 쇼핑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다만 최근 재무 상태에서 알 수 있듯 그 결과는 실패에 가깝다. 경영진이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주력인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정공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가 SK가 추진 중인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수년간 기업 인수합병(M&A)을 지속하며 투자 회사 색채가 짙어진 SK가 이번 재편을 통해 기술 경쟁력이라는 본류로 되돌아가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 SK의 고강도 리밸런싱이 하나 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 구조가 어떻게 통폐합될지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 리밸런싱,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매진하자는 선언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뉴스1]

순이익 10조 넘게 줄어

SK의 리밸런싱은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의 ‘2차 서든데스’(돌연사) 발언에서 시작됐다. 2016년 한 차례 언급한 바 있는 서든데스 키워드를 다시 꺼내 그룹 전반의 방만한 투자를 지적한 것이다. 이후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사내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등판시켜 전사 사업 구조를 들여다보게 했다. 최 의장은 최근 열린 경영진 회의에서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 되는 계열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말이 안 된다”며 “219개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까지 대폭 줄여야 한다”는 리밸런싱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서든데스를 재차 언급할 정도로 위기의식을 강조한 배경엔 SK의 재무 리스크가 있다. SK는 지난해 10대 대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1조 원 미만(6590억 원) 순이익을 냈다(그래프 참조). 반도체 불황,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 주력 산업 관련 악재가 이어진 탓이다. 그럼에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CAPEX)는 지속해야 했기에 차입을 계속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 합산 차입금 규모는 100조 원을 넘어섰다. 기업 여유자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은 계열사 대부분이 수년째 마이너스다.

sk 리밸런싱,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매진하자는 선언

그 중심엔 이차전지 계열사 SK온이 있다. 낮은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SK온은 2021년 출범 때부터 최근까지 10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SK는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SK온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3년간 20조 원에 육박하는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올해도 7조5000억 원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시장에선 SK의 리밸런싱을 두고 “SK온 일병 구하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계열사 정리 방안에도 SK온 모기업 SK이노베이션과 알짜 중간 지주사 SK E&S의 합병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만년 적자인 SK온이 7조5000억 원이라는 설비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차입 또는 상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은 SK온 차입보증을 더는 설 수 없을 정도로 부채(21조3212억→50조7592억 원)가 늘었고, 최근 신용등급까지 기존 BBB-에서 BB+로 한 단계 떨어져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SK온을 상장하기엔 최근 침체된 전기차 시장 분위기 때문에 흥행 실패 가능성이 크다. 이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올리는 SK E&S 지분을 SK이노베이션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게 유력한 시나리오다.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유력

최창원 의장을 비롯한 SK 경영진은 6월 28~29일 예정된 경영전략회의에 모두 참석해 구체적인 리밸런싱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회장도 화상으로 참여하며, 1박 2일 ‘끝장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투자 전문 중간 지주사 SK스퀘어의 경우 지난해 산하 23개 계열사 중 18개사가 적자를 낸 만큼 대대적인 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SK온 투자금 수혈을 위해 거론되는 조정안으로는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을 일부 매각해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있다. 그 밖에 “인공지능(AI)과 반도체는 에지(edge) 있게 투자하고 그린·바이오 사업은 콤팩트하게 줄이라”는 최 회장 지시에 따라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 지분 매각, 미국 버지니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매각 등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K 리밸런싱이 경영 방침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박주근 대표는 “SK는 에너지, 통신 등 기술·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며 “그런 SK가 2016년부터 문어발 확장을 통해 기업 외연을 넓히는 데 치중하고, 그 안에서 신사업을 찾으면 된다는 식의 경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SK 연혁을 통틀어 지금까지를 3.0 시기로 본다면 이번 리밸런싱 이후는 4.0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으로 성과를 내듯, SK가 쇄신을 통해 초심을 되찾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sk 리밸런싱,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매진하자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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