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평양인근 추락한듯 러에 성능 과시하려다 '굴욕'
1일 장연서 동북방향 2발 발사
2차발사체 120㎞ 비행에 그쳐
한미일 견제·대러 수출 포석
美언론 "나진항에 대형선박"
북러 무기거래 확대여부 주목
대형 선박(원 안)이 지난달 29일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장소로 알려진 북한 나진항에 접안해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민간 위성 기업 '플래닛 랩스'가 이 같은 장면을 포착한 사진을 1일 보도했다. 미국의소리
북한이 1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발사하며 닷새 만에 무력시위를 재개했다. 이 가운데 한 발은 발사 실패로 인해 평양 인근 내륙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오늘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오전 5시 5분께와 5시 15분께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두 발을 각각 포착했다"고 공지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측이 먼저 발사한 미사일은 600여 ㎞를 비행해 함경북도 청진시 앞바다에 낙하했지만, 뒤이어 쏜 미사일은 120여 ㎞밖에 날아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발사 원점과 방향, 비행거리 등을 감안하면 예상되는 두 번째 낙탄 지점은 평양 동쪽 내륙에 해당한다.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이 발사 초기 단계부터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 평양 인근에서 폭발해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통상적인 SRBM 궤적과 비교해도 최대 고도에 이르기 전에 소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2차로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은 초기 단계에서 비정상적으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정상 비행 중 폭발했다면 잔해가 내륙에 떨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측이 이날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구체적인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해당 미사일의 대(對)러시아 추가 수출과 한·미·일 군사협력 견제를 두루 겨냥한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에 KN-23의 정밀타격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케이스'에 나섰다가 체면을 구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군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KN-23을 수십 발 수출해 우크라이나 공격에 쓰이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은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북한제 KN-23의 정밀도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 북한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과시성 발사에 나섰을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은 지난달 26일 극초음속미사일 추정 발사에 이어 이번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여 도리어 자국산 무기체계의 불안정성을 드러내게 됐다.
북한으로서는 지난주 한·미·일 연합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 에지'에 대한 반발과 견제 메시지를 내기 위해 닷새 전에 이어 이번에도 미사일 도발을 펼쳤을 개연성도 있다.
한편 이날 미국의소리(VOA)는 지난달 북한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 이후 대형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 입항했다며 추가적인 양국 간 무기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VOA는 미국 민간 상업위성 기업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달 29일 촬영한 나진항 일대 사진에서 길이가 115m에 이르는 대형 선박이 식별됐다고 보도했다.
북·러 간 접경 지역에 위치한 나진항은 앞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불법적인 북·러 무기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