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공급 넘어 공동개발, 이제는 독자개발로”…260조 항공엔진 시장 정조준하는 한화 [그 회사 어때?]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부품공급 넘어 공동개발, 이제는 독자개발로”…260조 항공엔진 시장 정조준하는 한화 [그 회사 어때?]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의 체셔 사업장에서 작업자가 엔진 케이스를 가공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헤럴드경제(미국 코네티컷)=김은희 기자]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코네티컷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의 체셔 사업장. 이곳에서는 엔진의 뼈대가 되는 엔진 케이스 등 고정체 부품 생산이 한창이었다.

플라즈마 코팅을 포함한 특수 공정을 제외하면 니켈이나 티타늄, 철로 된 원자재를 깎고 다듬고 구멍 뚫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게 주작업이지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여러 대의 밀링(공구를 회전시켜 가공물을 깎아내는 방식), 선반(가공물을 회전시켜 절삭 공구에 맞춰 가공하는 방식) 장비를 활용해 제품의 솔루션대로 형상을 만드는데 복잡한 건 기계 공정에만 10단계가 필요하다.

가공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면 변형이 생길 수 있어 열을 내리는 작업도 중요하다. 실제 한 라인에서는 팬허브 프레임의 가장자리에 작은 구멍이 일정하게 뚫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구멍을 내는 동시에 물을 뿌려 열을 식히고 있었다.

중앙 셀에서는 작업자가 직접 엔진 케이스를 가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계 가공은 자동화돼 있다. 전형적인 다품종소량생산 체제다 보니 제품 솔루션에 따라 필요한 장비를 가져와 활용하도록 하는 FMS(플렉시블 매뉴팩처링 시스템)를 적용하고 있다.

최종 검수를 앞둔 크고 작은 원 모양의 엔진 케이스가 늘어선 모습도 눈에 띄었다. 원자재 검사를 시작으로 기계 가공, 특수 공정의 작업을 모두 마친 뒤 고객사 납품에 앞서 진행하는 검사는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 형상이 제대로 나온다고 한들 표면의 미세한 굴곡만으로도 제 성능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불량률은 ppm(100만분의 1)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1년 365일 24시간 생산라인이 쉼 없이 돌아가도 하루 10개, 한 달 250개꼴로 최종 제품이 나오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부품공급 넘어 공동개발, 이제는 독자개발로”…260조 항공엔진 시장 정조준하는 한화 [그 회사 어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사업장 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부품공급 넘어 공동개발, 이제는 독자개발로”…260조 항공엔진 시장 정조준하는 한화 [그 회사 어때?]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코네티컷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의 체셔 사업장 내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HAU는 이곳 체셔와 뉴잉턴, 글래스톤베리, 이스트윈저까지 4개 사업장에서 주요 상용기 항공엔진의 주요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부품은 프랫앤휘트니(P&W), 제너럴일렉트릭(GE),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항공엔진 제조사에 공급되고 에어버스 A320, 보잉 B787 등 주요 상용기에 장착된다.

네이트 미나미 HAU사업장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하늘을 나는 항공기 엔진에는 HAU가 만든 부품이 적어도 하나씩은 들어가 있다”며 “항공엔진산업에서 저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엔진 하나에 약 6000종,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그중 100여종을 HAU가 만들고 있다. 디스크, 블레이드, 회전축 등 엔진의 회전부에 사용되는 부품부터 엔진 케이스처럼 고정돼 있는 부품, 나아가 엔진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공구까지 제품군도 다양하다.

현재는 FMS를 활용해 생산하는 고정체 7종이 주력 제품이지만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회전체 부품 생산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회전제 부품은 높은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만큼 수익성은 높고 엔진을 일정 시간 이상 가동하면 교체해야 해 수요도 많다.

HAU가 디스크, IBR(일체형 블레이드 로터)를 주로 생산하는 뉴잉턴 사업장에 최근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둘러본 뉴잉턴 사업장에는 새 생산장비를 들이기 위한 공간 재구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HAU는 총 900만달러를 쏟아 IBR 생산능력을 현재 1400개에서 2200개로, 디스크 생산능력을 800개에서 1000개로 각각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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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 미나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사업장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체셔 사업장에서 HAU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019년 항공엔진부품 업체 이닥(EDAC)을 인수해 출범한 HAU는 출범 5년 만에 코네티컷 항공엔진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23년 사상 최대인 25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출범 당시인 2019년 2100억원 대비 약 20% 성장했다.

네이트 HAU사업장장은 HAU가 ‘코네티컷 항공앨리’의 주요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현지 기업과의 협력 강화 ▷선도기술 확보 ▷산학협력을 통한 우수인재 육성·채용 등을 꼽았다. 코네티컷 주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 활용해 지원을 받았고 지역사회, 대학 등과 협력하며 핵심 인재를 발굴한 것이다. 코네티컷주는 미국의 주요 항공엔진 제조사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부품, 소재 공급사가 항공엔진 클러스터를 형성한 ‘항공앨리’로 글로벌 항공엔진산업의 중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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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네티컷 항공앨리 주요기업 위치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HAU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 핵심 기지로서 경남 창원과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의 관련 비즈니스를 효과 있게 통합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글로벌 엔진부품 사업에서 2032년까지 연간 매출 2조9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45년간 엔진과 엔진부품을 생산해 온 역량으로 HAU를 포함한 글로벌 생산기지에서의 사업을 확대해 독자엔진 기술 개발을 위한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HAU가 최근 장기부품공급(LTA)을 넘어 국제공동개발(RSP)까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항공엔진산업 구조는 선진국 소수업체가 시장지배력을 영위하는 구조로 돼 있어 ‘소재공급사-부품공급사-모듈파트너-엔진제작사’ 구조에서 상위 단계로 갈수록 시장 지배력이 커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5년 P&W와 RSP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독일 MTU, 영국 GKN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듈 파트너사로 위상을 한 단계 올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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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체셔사업장 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요 고객이 위치한 코네티컷을 거점으로 원가 경쟁력이 높은 베트남 하노이, 45년 간의 생산 경험으로 기술력을 내재화한 경남 창원 등 사업장 특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부품 공급, 공동 개발을 넘어 독자적인 항공엔진 개발을 통해 글로벌 엔진 제작사로 도약하겠다는 게 한화의 궁극적인 목표다. 특히 군수·민수엔진을 모두 담당하는 창원사업장은 향후 대한민국의 독자 항공엔진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항공앨리’의 중심지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엔진시장 규모는 2023년 943억달러(약 130조원)에서 2032년 1872억달러(약 258조원)로 연평균 7.92%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전투기에서 민항기, 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항공엔진 분야는 미래 먹거리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며 “45년간 1만대 이상의 엔진 생산 역량과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부품 기술력으로 대한민국의 독자엔진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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